경제·금융

삼성 돌출행동 「공동쐐기」 의지/자동차6사 대표 회동에 담긴 뜻

◎「세계 5위」 공로 내세워 대반격/구조조정 업계자율 방침 천명/정부선 “M&A 세제지원 없다” 뒤늦은 진화현대·기아·대우·아시아·쌍룡·현대정공 등 자동차업체 대표들이 지난 7일 전격회동을 갖고 삼성의 구조조정론에 공동대응키로 한 것은 차제에 「삼성문제」에 쐐기를 박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 설비과잉 문제가 지난 94년 3월 삼성이 승용차사업에 진출할 당시부터 집중거론돼 왔음에도 불구,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허용해놓고 다시 인위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단호한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차를 만들어보지도 않은 업체가 기존업체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자동차산업의 공급과잉을 논하는 것은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없는 처녀가 가족계획방법을 운운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회장단은 삼성이 이런 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는 매우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기아의 한승준 부회장은 회의 시작 30분전부터 회의장에 나타나 『차도 안만드는 회사가 왜 자꾸 기아를 흔드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현대 정몽규 회장과 대우 김태구 회장도 『기아·쌍용뿐 아니라 우리도 목소리를 좀더 높여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통해 강력한 공동대응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협회 회장단이 9일 발표할 입장에서는 이같은 자동차업체들의 의지가 상당부분 포함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9일 발표될 공동성명서 내용과 관련, 『기존 업체들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국내 자동차산업을 세계 5대 자동차생산대국으로 끌어 올렸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산업을 성공시킨 유일한 개도국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인지, 그렇다면 그 근본원인은 무엇인지부터 선결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이 필요하더라도 정부주도의 인위적인 조정보다 업체간 자율조정이라는 대전제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방침이다. 이날 회장단회동과 9일의 성명서발표를 계기로 이번 파장은 새로운 고비를 맞게 된다. 특히 기아가 삼성을 고발했고 이날 성명에서 삼성의 도덕성을 집중거론하면서 몰아칠 경우 그동안 관망세를 보여온 삼성도 어떤 형태로든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은 이날 회의에 앞서 한 고위임원이 『한 직원의 실수로 경쟁사에 건네준 정보가 확대되면서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는 입장을 협회에 전달했다. 한편 정부는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문제와 관련, 마치 정부가 삼성 입장에 동조하는듯 비춰지자 8일부터 해명과 함께 사태 봉합에 나선 모습이다.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구조개편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업체끼리 할 일이지 정부가 해야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경원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을 위해 특정기업에 대한 출자제한 한도의 완화, 자동차회사간의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한 금융·세제상의 지원 등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산부는 삼성자동차의 보고서를 사전에 받았다거나 삼성측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박원배·한상복·정승량> ◎6사대표 일문일답/“구조조정 정부­삼성 논의 있은듯”/후발주자가 공급과잉 거론 말도 안돼/삼성 사과땐 「구체행동」으로 보여야 자동차6사 대표들은 40분간의 긴급회동을 끝낸 뒤 기자회견을 갖고 『참석자 전원이 삼성의 구조조정 보고서 내용에 분개하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결론을 도출했는가. ▲정몽규 협회회장=공동대응한다는게 기본입장이다. 구체적인 대응책은 계속협의, 9일 공식발표하겠다. 공동성명서 채택여부도 마찬가지다. 이견은 전혀 없었다. ▲한승준 기아부회장=부연하면 업계의 공식입장을 마련, 9일 정부당국에 제출하고 언론에 발표하기로 했다.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관련, 삼성과 정부 사이에 상당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부회장=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 조정을 반대하고 업체간 자율적 조정을 강조하는데 현실성이 있는가. ▲정회장=그 문제도 9일 구체적 입장을 밝히겠다. ­삼성이 해명이나 공개사과를 하면 수용할 의향이 있는가. ▲한부회장=그런 의향이 있다면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은 사실 아닌가. ▲정회장=신규업체, 더구나 아직 생산도 안하는 업체가 생산을 중단하면 그런 문제는 없다. ▲김태구 대우회장=자동차산업에 새로 뛰어든 삼성이 어떻게 공급과잉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쌍용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윤철구 쌍용부사장=공동으로 대처하겠다.<정승량> ◎기아­삼성 입장/기아­명예훼손 삼성 책임져야/삼성­진상조사에 최대한 협조 기아자동차가 삼성자동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그 결과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일 기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법적제재가 가해진다면 삼성은 자동차사업·대내외 이미지·도덕성 등 그룹 전체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반면, 삼성의 주장대로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결정되면 기아와 기존업체들은 감정적으로 「삼성죽이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 ◇기아의 입장=지난 7일 서울지검에 낸 고발장에 『삼성보고서는 기아에 대해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기업」으로 주장,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사원개인이 연구차원에서 만들었고 기아를 음해하기 위해 이를 고의유출한 적이 없다지만 기업의 생리상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기아는 『어떤 기업(특히 삼성과 같은 조직적인 회사)에서 사원이 개인적으로, 더구나 정부의 지원을 강조하는 자료를 만들겠느냐』며 『어떤 형태로든 내부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또 고의유포 여부와 관련, 『기업·정부부처에도 이 자료가 전달됐다』며 그 책임은 삼성이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입장=삼성은 기아의 고발과 관련, 『잘잘못은 법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모든 진상이 조속히 가려지기를 바라며, 이를위해 모든 협조를 다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내부적으로는 어떤 자료든 만들 수 있다』며 『문제는 이 자료를 공개했는가, 고의적으로 유출했는가, 정책결정 부서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는가 등 목적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자료는 ▲사원이 개인적으로 만들었고 ▲내부에 공식보고된 바 없으며 ▲어떤 목적(음해 및 인수합병)을 위해 고의적으로 유출시킨게 아니라 언론이 취재, 보도한 것이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박원배>

관련기사



정승량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