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 '방만경영' 공공기관 정상화 한다더니… 뒤로는 복지재원 늘리나

■ 사내복지기금 증액 논란<br> 노조 요구안보다 줄었지만 여론 역풍 불가피

경상경비 등 각종 예산도 사실상 원상복귀

기재부선 "불합리한 제도 개선 차원" 해명

지난 10월3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정상의 날 워크숍에 참석한 공공기관장 및 임직원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근절을 골자로 한 1단계 대책에 이어 역할조정을 뼈대로 한 2단계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노조요구안보다 줄었지만 여론 역풍 불가피

경상경비 등 각종 예산도 사실상 원상 복귀


기재부선 “불합리한 제도개선 차원” 해명

정부가 공공기관들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이하 사복 기금) 출연 한도를 늘려주기로 한 것은 복지사업의 재원인 사복 기금 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적인 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사내복지기금을 확충해주면 씀씀이를 늘려 내수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측면도 고려됐다.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 이후 최저임금 인상과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등 일련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가 아직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기업 노조에 밀려 복지 재원을 우회적으로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공공기관 노조는 출연율 상한을 5,000만 원으로 올리고 상한을 초과했을 때도 1%의 추가 출연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의 개정안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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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마련한 ‘사복 기금 개정안’에 따르면 이번에 출연 기준 조정으로 총 49개 기관의 출연율이 늘어난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업은행,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9개 기관은 이미 사복 기금 출연 상한을 초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 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14개 기관은 현재 상한선인 1,500만원을 초과해 조만간 상한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철도공사 등 상당수 기관은 최근 수년간 세전 순익이 없어 사복 기금에 출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당수 기관들이 출연 상한을 초과하거나, 세전 순익이 없어 추가 출연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저금리 추세로 복지사업의 운용재원인 기금 운용수익 마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사복 기금 재원이 줄어들고 있어 출연 기준 상한 및 출연율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개정되는 사복 기금 개선안은 “현실을 반영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자는 차원으로 추진한 것”이라며 “공공기관들의 방만 경영에 대한 우려는 정부의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적발할 수 있는 만큼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에 공공기관 사복 기금 등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몇 차가지 수정안을 놓고 적지 않은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2단계로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아직 싸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공공기관 노조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실제 정부가 오는 15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 예정인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내년 임금 인상률은 공무원들과 같은 3.8% 인상을 기준으로 고임금 기관과 저임금 기관으로 나눠 인상률을 결정하기로 했다. 산업별 평균 임금의 120%를 초과하는 고임금 기관의 경우 3.8%에서 0.5%p 낮춘 3.3%를 인상하고 평균임금의 80% 이하인 저임금 기관의 경우 기준보다 1.0%p 올린 최대 4.8%까지 인상해 공공기관 평균 임금 인상률을 3.8%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노조는 정상화가 이뤄지면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인건비 상승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공기업 등의 인건비가 과도하게 높은 만큼 차등 인상률을 적용해 평균을 3.8% 수준으로 맞추는 것으로 결론냈다. 공공기관들의 내년 경상경비 역시 올해 대비 2% 늘어났고 업무 추진비도 1% 증액됐다. 올해 경상경비는 지난해 대비 0.6% 증액되는데 그쳤고 업무추진비는 10% 감액됐었다.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줄어들거나 동결됐던 각종 예산들이 사실상 다시 원상 복귀된 셈이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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