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게만 해주세요" 곳곳서 원망섞인 주문
[우리당 가락시장 현장국회] "종일 팔아도 비누값도 안나와"상인들 쪼그라든 매출 하소연…千대표 "활성화안 다각적 검토"
열린우리당의 천정배(오른쪽 세번째) 원내대표와 국회 재경위 소속 의원들이 20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들러 현장에서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기자
“하루종일 파리만 날려요. 제발 먹고 살게만 해주세요.”
열린우리당의 재경위소속 의원들이 20일 오전 민생탐방 차원에서 들렀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상인들이 한결같이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이날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계안 의원 등은 ‘현장국회-국민과 함께 현장에서 정책을 만든다’는 기치아래 장마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채소류의 유통과정을 점검하고 시장 상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가장 먼저 시장통에 들어선 천 대표가 배추를 파는 이문숙(71)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자 “하루에 아무리 팔아 봤자 비누 값도 제대로 안 나온다”면서 “그냥 돈이나 좀 주고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먹고 살기가 그만큼 힘들 다는 얘기다. 천 대표는 대신에 배추 한 포기를 2,000원 주고 샀다.
일행은 청과물 코너를 지나면서 수박을 파는 상인(유병일ㆍ55)과 기념 촬영을 했다. 천 대표가 “경기가 안 좋아 걱정”이라며 “시장을 돌아보며 물가 등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문을 뗐다.
유씨는 그냥 “잘 좀 해주세요. 부탁합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천 대표가 “장사는 좀 되나요”라고 하자 유씨는 “1만2,000원에 들여다 3,000원 남기고 파는 데 하루 40통이 채 안 팔려요. 파리만 날려요”라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은 천 대표가 악수를 청하자 손을 잡으며 “먹고 살게 좀 해줘요”라고 했다.
가락시장은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을 자랑하지만 요즘 매상이 예전 같지 않아 잔뜩 울상을 짓고 있다. 장마로 출하량이 준 데다 대형 할인점 등살에 매상도 꾸준히 줄고 있다.
노석갑 가락시장 사장은 “최근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농산물 취급량이 늘면서 수도권과 전국 농산물 공급량의 40%를 차지했던 가락시장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노후된 시설과 시장 주변의 불편한 교통 여건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웰빙 바람을 타고 부유층을 상대로 최근 급격히 수요가 늘고 있는 유기 농산물이 백화점과 할인점에 주로 공급되는 바람에 가락시장의 활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장 상인과의 만남에 앞서 마련된 노 사장의 가락시장 현황 보고시간에서는 이와 관련된 대책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강봉균 의원은 “값이 좀 비싸더라도 중국 농산물과 우리 농산물을 뚜렷하게 차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 사장은 “원산지 표시와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원도 “농협에서 유기농산물 재배 농가와 가락시장을 연결시켜서 직거래가 가능케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가락시장내에 ‘유기농산물 직거래 코너’를 개설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천 대표는 “재래시장의 활성화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시장 상인들에게 약속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sed.co.kr
입력시간 : 2004-07-20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