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불=900원 “우려반 기대반”/고객 현찰매도율 9백원 넘어서

◎해외여행 감소로 무역외수지 개선/물가불안·채무상환 부담 등 부작용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9백원시대를 맞게 됐다. 물론 기준환율은 아직 8백90원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은행이 고객에게 달러화를 팔 때(고객이 은행에서 달러를 현찰로 살때) 적용하는 은행의 대고객 현찰매도율은 이미 9백원을 넘었다. 서민들은 지난 95년말만 해도 은행에 가서 1백만원으로 달러화를 바꾸면 1천2백75달러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1천1백11달러밖에 받지 못한다. 환율상승으로 1년 남짓한 사이에 1백64달러를 앉아서 손해본 것이다. 이는 그만큼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었던 해외여행객수가 올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원화가치하락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는 조짐으로 보이며 따라서 무역외수지의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책당국이 환율 9백원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려반 기대반」일 수 밖에 없다. 환율의 상승에 따른 물가불안과 대외채무의 원리금 상환부담, 환리스크에 따른 단기성 자금의 급속한 해외유출 가능성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환율상승의 긍정적 효과, 즉 수출증가와 수입감소에 의한 무역수지의 개선 그리고 해외여행객 감소를 통한 무역외수지의 개선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당장 급속한 원화절하를 막는데 단기적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대세는 그다지 밝지 않다. 경상적자나 자본수지의 악화가 계속되고 있고 외환보유고마저 줄고 있어 개입할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당국은 우리나라의 경우 원화의 절하(환율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효과, 다시말해 이른바 J커브효과가 90년대들어 거의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그 중에서도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등에 있어 완성품에 소요되는 중간재의 대외의존도(60%내외)가 너무 높아 환율상승의 효과가 수입중간재의 가격상승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에 무역업계나 경제계 일각에서는 우리환율이 아직도 실제경제내용에 비해 고평가되고 있고 일본의 엔저가 더 가파른 상태에선 환율에 대한 당국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환율의 상승은 해외여행이나 유학, 과다한 소비재수입수요 등을 억제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최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수준을 0.25%포인트 상향조정함으로써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강세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도 추가적인 상승압력을 받음으로써 원­달러화 기준환율이 9백원대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본격적인 「원저시대」를 맞아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기본적으로 긴축적인 재정·금융정책의 선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원저가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볼 때 추가적인 원화절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긴축정책을 통한 경상수지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경상수지 적자는 총투자가 총저축을 상회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축률의 급속한 상승이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를 낮출 수 밖에 없다. 민간부문의 투자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으므로 정부부문에서 투자를 줄여줘야 경상수지 적자의 개선이 가능하다. 이번에 정부가 내년도 예산증액비율을 지난 84년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인 9% 증액하는 선에서 편성키로 한 것도 이같은 상황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긴축정책을 통해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을 해소하는 동시에 경상수지도 개선시키는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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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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