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뉴스 속 작가들의 작품 한 자리서 본다

뇌물 스캔들·인사 갈등·작품 도난 등에 얽혀 세간에 화제<br>현대미술관 '추상하라' 기획전<br>뒤샹·최욱경·주경 등 작품 전시

마르셀 뒤샹 '여행용 가방'

최욱경 '인간의 숙명'

비자금, 뇌물, 불법대출 등으로 미술계가 소란스런 가운데 '사건'에 연루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뉴스 속 문제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화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배순훈) 덕수궁미술관은 20세기 초 한국 현대미술부터 1960~70년대 추상회화 등을 아우르는 특별기획전 '추상하라!'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마르셀 뒤샹과 루이스 부르주아, 김창렬ㆍ박서보ㆍ이우관 등 국내외 작가 71명의 주요작품 93점을 선보인다. 전시작 가운데는 마르셀 뒤샹의 1941년작 '여행용 가방'이 특히 눈에 띈다. 이 작품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응용한 작품 '샘' 등 자신의 대표작 60여점을 미니어쳐로 만들고 이를 서류가방 크기의 케이스에 넣어 제작한 작품으로 가방에 든 작품을 펼쳐 전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05년 62만3,000달러(약 6억원)에 구입한 이 작품은 당시 김윤수 전 관장이 구매절차상의 문제로 임기를 10개월 가량 남겨둔 채 2008년 11월 해임돼 유인촌 전 장관의'코드인사'로 인한 갈등의 불씨가 됐다. 이로 인해 미술관이 계획했던 '뒤샹전'은 취소됐다가 기획 전시로는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총 300개의 에디션이 있는 작품으로, 구입 당시 A급인지 D급인지 분분했던 논란과 상관없이 관람객은 뒤샹의 작품세계를 고루 음미할 수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뇌물 의혹으로 세간에 오르내린 '학동마을'의 작가 최욱경(1940~1985)의 작품도 3점이나 선보였다. 뇌물에 연루돼 작품성은 차치하고 작품가격만 거론된 점이 안타까웠으나 이번 전시를 계기로 요절한 천재화가의 예술혼을 살펴볼 수 있다. 색연필로 그린 드로잉과 다채로운 색감의 유화, 흑백톤의 작품 등이 걸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장고 관리 부주의로 2008년 12월 화가 주경(1905~1979)의 연필 드로잉 '인물습작'을 분실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는데 주경의 정물화도 전시됐다. '마도로스 파이프가 있는 정물'은 이인성, 구본웅 등 동시대 작가들의 정물화와 나란히 걸렸다. 또한 2007년 파주시 도라산역에 설치됐던 벽화가 지난해 이념문제를 이유로 통일부에 의해 무단 철거되면서 논란을 빚은 원로작가 이반(71)의 작품 '굿이브닝' 등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출품작 옆에 작가와 작품명이 전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전시기획자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가 제목인 '추상하라'의 의도대로 확장된 추상의 개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작품 그 자체로 생각하고 상상해보라는 뜻이다. 대신 그림 옆에 작은 번호가 붙어있어 관람객은 팸플릿의 숫자와 이를 맞춰 작품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미술계 안팎은 시끄럽지만 이름표를 뗀 작품들은 조용히 세상을 응시한다. 소장품 연구ㆍ관리를 담당하는 미술관 내 전문가인 학예연구사들이 있음에도 이례적으로 외부기획자를 참여시킨 것은 장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자는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미술관 소장품을 직접 보지 못한 채 웹 이미지 자료로만 정보를 얻어 준비해야 하다 보니 실물을 보지 못한 구본창의 '시간의 그림'에서 벽의 갈라진 틈을 촬영한 것을 '번개'가 내리치는 장면이라고 풀이하는 등 몇몇 오류가 발견됐다. 미술관 측은 "외부기획자 초빙과 협업으로 전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해 열린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시 의도를 밝혔지만 의미는 다소 퇴색됐다. 전시는 5월10일까지.(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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