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IT업계 돈 보따리 푼다

대형 IT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했다. 미 시사주간 비즈니스 위크는 23일자 최신호에서 올 상반기 세계 IT 100대 기업 순위를 발표하면서 최근 IT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라클이 최근 피플 소프트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제의한 것을 비롯, 현금이 풍부한 몇몇 IT기업들이 본격적인 인수 합병(M&A)에 나서고 있는 것은 조만간 찾아올 호황기에 대비해 미리 좋은 자리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라는게 BW의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기업들의 IT관련 지출은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개인 소비자들도 무선 통신이 가능한 전자 제품이나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 등에 적지 않은 돈을 쓰는 등 IT관련 소비 심리도 살아나는 추세. 시장 조사 분석기관 IDC는 올해 IT시장이 지난 2년간의 침체 끝에 2.3%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하면서 IT관련 주가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100대 IT 업체 지수는 2월 중순 저점 이후 38%나 폭등했다. 이처럼 IT업계에 봄기운이 완연해지기 시작하자 겨우내(불황기동안) 웅크리고 있던 대형 업체들의 투자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번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델 컴퓨터는 그동안 주력해 왔던 PC부문에서 네트워크와 데이터 저장 시장으로 서서히 발을 넓히고 있다. 델은 특히 HP(10위)를 주 타깃으로 정하고 HP의 프린터를 판매를 중단하는 대신 자사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HP의 주요 수익원인 프린터 분야를 압박, 자사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 미국의 통신업체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31위)은 올 들어서만 130억 달러의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미국의 지역 통신산업 투자규모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풀어 경쟁 업체들을 확실히 눌러놓겠다는 의지. 향후 IT산업 전반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많다. IBM의 경우 주문형 컴퓨터 서비스(On-demand computing)라는 야심한 전략을 추진중이다. 기업 고객들이 시간에 관계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의 컴퓨터와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이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연구 개발비로 올해 16억달러를 쏟아 부을 방침. 일본의 전자 업체 소니역시 가전제품과 컴퓨터를 결합, 게임과 비디오, 웹 서핑 등을 즐길수 있는 차세대 퓨전 제품개발을 위해 향후 3년간 3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BW는 끝으로 IT 산업의 새로운 조류가 밀려 오고 있다며 90년대 말, 경쟁력 없는 기업들까지 무더기로 IT붐의 수혜를 입었던 것과 달리 새로운 시대에는 소수의 건강한 기업들이 시장 전반을 지배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것뿐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해 다른 기업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BW는 조언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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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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