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노동시장의 중병을 치유하기 위해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프랑스가 경제정책을 ‘분배’에서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일(현지시간) 의회의 승인 없이 법안 발효가 가능한 ‘긴급절차’로 소규모 사업장에 한해 자유로운 고용과 해고를 보장하는 파격적인 노동개혁법안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9월1일 발효될 이 법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신(新) 채용계약’ 조항이다. 이 조항에는 ▦2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합당한 이유 없이 일한 지 2년이 되지 않는 근로자에 한해 수시로 해고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고 ▦해고시 종전 수준의 퇴직금 대신 실업수당만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와 함께 고용확대를 위한 정부 보조를 대폭 늘리기로 하고 소기업에 정부의 채용지원금과 이들 기업에 취업하는 청년 근로자들의 임금에 대해 연간 1,000유로(약 12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새 노동개혁법에 대해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의 결의를 보여준 것”이며 “이는 노동시장에 새로운 역동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법안은 10%를 넘어선 높은 실업률과 장기 경제불황을 탈피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실제 최근의 프랑스 경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저성장ㆍ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다. 7월12일 프랑스 중앙은행은 올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로 발표했다. 1ㆍ4분기에는 0.3% 성장에 그쳤다. 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 2.4%였던 성장률이 올해 1.4%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의 저항이 거세 정부 생각대로 새 노동법안이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 기여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인 사회당의 쥘리앙 드레 대변인은 “이번 조치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질 뿐”이라며 “일자리 창출은 새로운 채용제도가 아니라 경제활동을 촉진해서 이뤄야 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2위 규모의 좌파 노동조합인 노동총연맹(CGT)은 9월 가두시위를 통해 이번 법안의 불합리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