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ㆍ4분기중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사업 50% 이상을 발주한다는 계획이 자금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빚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이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상반기중 발주율 80%를 채워 경기를 활성화 시킨다는 정부의 의지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행정자치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총 17조97억원의 공공사업 가운데 3월 15일 현재 7조7,591억원(45.6%)을 계약, 계약기준으로는 3월말까지 50% 달성이 무난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금집행은 목표치인 5조9,534억원(35%)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8,849억원(11.4%)에 그쳐 공공사업 조기발주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들은 이 기간중 올해 사업 예산의 71%를 이미 배정 받아 놓고도 자금집행은 미적거려 공공사업 조기발주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하고 있다.
가장 실적이 저조한 곳은 경상북도. 발주율이 전국평균 45%의 절반수준인 25%이고 자금집행도 4%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북도는 올 공공사업 예산 1조2,395억원 가운데 54%인 6,747억원의 예산을 미리 배정받아 예산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발주율이 28.8%이고 자금집행은 각각 11.6%였으나 예산배정은 97%나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광주와 경기, 전북, 전남, 강원도 등도 발주율은 35%를 초과 했으나 자금집행은 겨우 4%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나 일자리를 원하는 일반 국민들은 "정부에서 요란하게 공공사업을 조기에 발주해 실업자를 구제해 준다고 예산을 배정해 봤자 지자체에서 자금집행을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푸념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건설업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연초에 정부가 공공사업을 조기 발주한다는 말에 희망을 가졌으나 경기도가 사업발주를 하는 시늉만 낼 뿐 실제 발주물량이 적어 아직 1건도 공사수주를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발주율이 71%에 달해 광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대전에서 건설업을 하는 박모(45)씨도 "공사를 낙찰 받았으나 아직 공사가 설계단계에 있어 들어온 자금은 한푼도 없다"면서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가 대금을 받으려면 5월이나 되야 하는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3월까지 발주실적은 50%를 넘어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자금집행은 공사가 아직 설계단계에 있거나 보상 등 행정절차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를 채우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무리 중앙정부에서 조기발주를 독려해도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 사업집행을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면서 "지자체 스스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사업발주와 자금집행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석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