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한꺼번에…"지지선 설정 무의미"<br>美증시 하락·환율 급등 등 겹쳐 투자심리 급랭
| 주가가 폭락한 20일 여의도 한 증권사 영업부에서 투자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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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최저점(938포인트)은 물론 900선 붕괴도 시간문제다.”
코스피지수가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000선이 다시 무너지자 투자자들의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악재, 산 넘어 산=20일 코스피지수가 68.13포인트(6.70%)나 급락하며 948.69포인트까지 급락한 것은 ▦전날 미국증시의 폭락과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기업들의 실적 악화 및 부도 공포 ▦원ㆍ달러 환율 급등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시를 둘러싼 내외부 악재와 수급상황 등을 볼 때 마치 ‘시들어가는 꽃’과 같다”며 “지금 상황으로서는 900선마저 하향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 순매수(6일째)와 외국인 순매도(8일째)가 이어지고 있다. 기관은 그동안 매도세를 보이다 이날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소폭에 그치는 등 수급 공백이 지속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보면 이날 각각 4억주, 3조8,000억원에 불과해 이달 초에 비해 50%가량 감소했다. 수급의 중심인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 또는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는 탓이다.
이날 지수가 16거래일 만에 다시 1,000선 밑으로 떨어졌지만 지난 10월과 달리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예견한 일’이라는 듯 패닉 현상 등은 보이지 않았다. 개인의 경우 이날 28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지선 설정 어려워=문제는 최근 글로벌 경제 흐름을 볼 때 지난달 급락 이후 반등에 성공했던 분위기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는 10월24일 938포인트까지 하락했다가 8거래일 만에 1,180선까지 치고 올라가 빠른 기간에 상당한 회복력을 나타냈다.
지난달에는 금융위기 완화 기대감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금융위기 해소와 경기회복이 예상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는데다 각종 경기지표마저 더욱 악화되는 등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빠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증시를 엄습하기 시작해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코스피지수는 이날 폭락을 포함해 200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8거래일 연속 빠진 경우는 2000년 이후 이날을 포함해 세번에 불과하다.
지난달 증시가 단기간 크게 빠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지속적으로 빠진 끝에 다시 전저점 부근까지 밀렸다는 점에서 또다시 쉽게 치고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이 대내외의 잇따른 악재와 무너진 심리 등으로 방향성을 잡기 힘든 장세”라며 “약화된 증시체력을 볼 때도 전저점에 대한 신뢰가 약해 지지선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