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이 바로 시행될 경우 기업의 비용ㆍ인력 충원 문제가 발생하므로 최소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뒤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 의견이 나왔다.
방하남(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정 근로시간을 단번에 줄이면 비용과 인력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2년 정도 유예를 하고 그 이후에도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예기간 이후에도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기업과 근로자가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생산성 향상과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장기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 근무와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 최대 주당 68시간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지금보다 16시간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여야 모두 근로시간 단축에는 의견을 같이 하지만 여당은 2년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야당과 노동계는 즉시 시행을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가 '유예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고용부는 유예기간이 지나더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 적용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종업원 1,000명 이상 사업장은 오는 2016년부터 바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300명 이상은 2017년, 100명 이상은 2018년부터 도입하는 방식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법정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일 때 6단계에 걸쳐 진행하며 사업장이 겪는 충격을 완화했다"며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이용하면 기업들이 준비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안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을 고치려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 소위에서 노사정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즉시 시행을 주장하는 야권·노동계 측과 정부의 견해 차가 큰 만큼 정부 안보다 훨씬 앞당긴 시점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소위에서는 여러 노동 현안이 함께 다뤄지기 때문에 야당과 노동계가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등 부문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경우 근로시간 단축은 상대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정부 안으로 확정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