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9일 법제처를 마지막으로 2005년 부처별 청와대 업무보고가 끝났다. 업무보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특유의 서민적인 화술과 토속적인 비유법으로 토론을 이끌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따끔한 질책을 하기도 했지만 잘한 보고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청와대는 4일 ‘청와대 브리핑지’에서 ‘대통령의 발언과 비유’에 대한 기획물을 내놓았다.
3월6일 건설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병아리와 방구들론’을 거론하면서 국토 균형발전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어릴 때 병아리를 방에서 키웠는데 구들 온도를 잘 못 맞췄다. 그래서 병아리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모두 죽어버렸다”면서 도시과밀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어린 시절에 체득한 ‘양계’의 경험을 빌려 전했다.
같은 달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스타 선수를 의식하지 말고 소신껏 심판을 봐야 한다는 ‘심판론’이 등장했다. 노 대통령은 “‘왜 자꾸 힘센 선수의 눈치를 보느냐’는 관중(국민)의 문제제기가 있다”면서 “스타 플레이어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의 불평과 항의로 공정위가 고생하지만 경기규칙을 만들어 심판까지 보면서 경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부서는 공정위뿐”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노 대통령은 또 논란을 빚고 있는 골프장 개발론에 대해서도 나름의 원칙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3월24일 문화관광부 업무보고에서 “해외 골프 여행으로 쓰는 돈이 너무 많아 좀 붙들자는 생각에 골프장을 넓히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자연과 환경을 적게 훼손하는 곳에 좀 많이 늘리고 보호할 곳은 아예 안 되는 것으로 하자”며 “풀 것은 좀 풀고 보존하는 것은 보존하는 유연성 있는 선택적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열린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노 대통령은 “결판을 내는 정책을 마련하라”며 쓴 소리를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가짓수만 쭉 늘어놓고 반찬은 그득한데 국민이 보기에는 계속 허기지는 정책은 내지 말고 전적으로 문제해결에 도달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