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너무 나간 관치금융

지나친 개입에 시장 왜곡<br>투자자들에 피해 주기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신년인사회에서 고배당 논란을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주주에 대한 도리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많은 배당을 하겠다"는 발언이 금융당국에 대한 도전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최대한 배당을 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최고경영자(CEO)가 배당에 대해 '(말의) 조사'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를 휩쓴 반월가 시위와 금융권의 탐욕을 제어한다는 목소리를 등에 업고 감독강화에 나섰던 당국의 경영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 당국이 배당 억제와 수수료ㆍ금리체계 수술을 넘어 배당규모를 규정하고 수수료 수준까지 일률 책정하는 등 시장기능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여기에 중소기업 지원규모와 사회공헌, 성과급 문제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금융위기와 탐욕 제어를 명분으로 관치금융이 별다른 견제 없이 부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 '자본적정성 5개년 운영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겉으로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바젤3 기준에 대비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금융사의 고배당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계획서를 바탕으로 은행들의 지주사 배당을 막을 예정인데 이 경우 지주사의 고배당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금감원은 특히 지주사 배당에 아예 상한선을 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1~2개연도의 배당성향 평균치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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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당국의 압력에 수수료를 내렸던 은행권은 올 들어서는 당국의 중소기업 올인 정책에 연초부터 일제히 중기대출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낮아진 성장률 전망치 등을 이유로 대출을 줄이고 싶지만 당국의 눈치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좀비기업'까지 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사회공헌 부서와 임원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권혁세 금감원장의 말에 은행들은 최근 해당 조직을 모두 갖췄다. 조직과 인사까지 당국이 챙기는 셈이다.

'관치금융'은 시장기능 왜곡과 함께 주주에 대한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4일 중기지원에 4,000억원을 쓰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52주 최저가를 기록해 전체 지분의 23%에 달하는 외국인과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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