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정에 관계 없이 임대료를 매년 일정 비율로 올릴 수 있다고 임대차 계약서에 명시한 것은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성남 판교신도시 로제비앙아파트와 서울 도봉구 창동민자역사의 임대차계약서 가운데 일부 조항이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관조항이라며 수정 또는 삭제하라고 시정권고조치를 내렸다.
조홍성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해당 건물의 임대인들이 부당약관심사를 청구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건물 외에 다른 곳의 임대차 계약 역시 이와 유사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면 불공적 약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임대차계약서 내용은 "임대사업자는 최초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 지난 뒤 매년 총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를 각각 5% 이내에서 인상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임차물에 대한 세금 등 공적인 부담의 증가 또는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이 없는데도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불공적 약관"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사정이 변하거나 공과금 증가로 유지비용 증가와 같은 사정변경이 있다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임대료 증감을 요청할 수 있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불공정 약관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종료일까지 변경된 조건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통보하지 않고 계속 거주하면 변경된 조건으로 계약이 연장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문제가 됐다. 이는 새로운 계약에 대한 임차인의 승낙 표시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임대인이 상가 업종 및 상품 구성 내용을 임의로 바꿀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시정권고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계약을 맺은 후에도 임대인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업종용도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상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상가 업종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임대인에게 부여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무효"라고 판단했다.
한편 두 건물의 임대사업자들은 이번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