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남의 일 아닌 인종차별


요즘 극장가에서 상위 1%에 속하는 백인 갑부 남성과 하위 1%의 빈민촌 출신 흑인 청년의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다룬 영화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커다란 몸집에 후드티를 입고 낡은 운동화를 끌고 다니는 전과자 출신의 흑인 청년과 백인 남성이 아무런 편견 없이 교감하고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 북부의 흑인 주택가에서는 백인 남성 두 명이 픽업 트럭을 타고 돌아다니며 길에 나와 있던 흑인 다섯 명에게 총격을 가했다. 그중 한 명의 페이스북에는 아버지가 2년 전 흑인에게 총을 맞아 숨진 데 대한 분노를 담은 게시물이 올라 있다. 아직 정확한 범죄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흑인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이 죄 없는 3명의 목숨을 앗은 데 적어도 일부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플로리다에서 한 흑인 소년이 후드티를 입고 귀가하던 중 그를 위험인물로 오인한 히스패닉계 자경단원의 총격을 받아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후드티를 입은 흑인=범죄자'라는 편견이 불러일으킨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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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연달아 발생한 인종차별적 사건에 미국 사회는 경악하고 있다. 흑인 사회는 공포에 휩싸였고, 일련의 사건이 또 다른 보복을 불러일으키며 인종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드물지 않게 제기되는 이 같은 인종차별이나 민족 간 갈등 문제를 우리나라도 이제 남의 일처럼 무심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됐다. 5년 전 '조승희 사건'에 이어 얼마 전 미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진 한인 총기난사 사건은 한인사회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중국 교포 불법체류자가 저지른 끔찍한 수원 사건이 있다. 말할 수 없는 분노와 공포감이 치밀어 오르는 엽기적인 사건에 국민들은 치를 떨고 있다. 나아가 온라인상에서는 중국 교포나 외국인 노동자 전반에 대한 혐오감마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런 사건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 불법체류에 대한 단속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특정 인물의 범죄가 한국에 거주하는 우리의 이웃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인도 해외 어딘가에서는 소수민족이고 외국인 노동자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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