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효과로 일본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91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임금증가는 지지부진해 물가상승에 따른 가계부담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30일 발표한 4월 전국 근원 CPI는 전년비 3.2% 급등했다. 199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3월의 1.3% 증가와 시장 전망치(3.1%)를 모두 뛰어넘었다. 니시오카 준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일본지점 수석 분석가는 "소비세 인상분을 빼도 CPI 상승률이 1%를 넘어 사실상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상태를 벗어났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일본은행(BOJ)은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 효과를 1.7%포인트 정도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체된 실질임금을 고려하면 기대했던 디플레이션 탈출 효과보다는 가계소비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본급 인상률이 1%를 밑도는 기업은 84%에 달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한편 소비세 인상 여파로 일본의 산업생산 및 가계지출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4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비 2.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월의 0.7% 증가에서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2.0%)도 밑도는 수치다. 이날 총무성이 발표한 4월 가계지출도 3월의 7.2% 증가에서 급감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줄었다. 이 역시 당초 전문가 예상치인 3.4% 감소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경제주체들이 1997년 소비세 인상의 후폭풍을 한 차례 경험한 뒤 대응력을 높인 만큼 증세 여파가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업·소비자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 5월 이후에는 지표가 완만하게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생각보다는 (생산·소비) 감소폭이 작다"며 "다음 분기에 지표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