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화 조달 창구 줄어 자금운용 부담

■ 日, 신한銀에 SBJ 예금 상환 요구<br>교포들이 세워 고객 많고 성장 빨라 송금 가능<br>SBJ예금으로 해온 외화대출 공급 당분간 줄듯<br>외화유동성은 비율 100% 넘어 큰 문제 없어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인 SBJ 우에혼마치 지점의 객장에 많은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에 문을 연 SBJ는 재일교포 고객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신한은행


신한은행 입장에서 SBJ의 예금을 송금 받아 이용하는 것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신한은행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외화자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고 대출처가 마땅치 않은 SBJ도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였던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SBJ에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고금리 대출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기 때문에 신한은행 입장에서도 추가적으로 외화를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당국이 이 같은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신한으로서는 자금 운용에 일단은 제동이 걸리게 됐다.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상환 스케줄에 맞출 경우 인수합병(M&A) 등 자금 운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신한의 특수성 때문에 가능=신한은행은 지난 1982년 재일교포들이 주도해 만든 '재일교포 은행'이다. 일본 내에서 일정 수준의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성장속도도 빠르다. 2008년 759억엔에 불과했던 예금실적은 현지법인 출범(2009년 9월) 뒤 6개월 만에 3,000억엔 이상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이 4,384억엔에 달한다.

그만큼 일본에서의 예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이를 본점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신한의 이런 영업방식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따라 하고 싶어도 현지 예금규모가 워낙 적어 할 수 없었다"며 "SBJ의 경우 일본 현지에서 제대로 리테일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본점으로 엔화자금을 송금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신한과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일본 현지 고객들에게서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이어서 안정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엔화 강세 문제 때문에 일본당국이 해당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실상 묵인했는데 결국 원리원칙을 들고 나왔다"며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새로운 형태의 외화조달 방법이라고 환영했다"고 말했다.


◇신한, 외화대출 공급 줄어들 듯=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SBJ에서 받은 예금을 들여와 대출 등에 이용했다고 했다.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신한이 엔화대출 등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들여온 자금으로 대출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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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당국이 이러한 방식의 영업을 막은 만큼 앞으로는 엔화 등 외화대출 공급량이 당분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미화 20억달러 정도의 자금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이니 향후 외화대출이나 국내외 M&A를 추가로 더 할 수 있는 힘은 그만큼 감소한 셈"이라며 "SBJ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추가로 자금을 더 들여올 수 있었을 텐데 영업기회를 잃게 됐다"고 해석했다. 신한은 이미 정부에 갚아야 하는 우선 상환주 대금 때문에 추가 M&A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신한은행은 SK에 1조810억원, 삼성 1조730억원, LG 4,560억원 등 10개 대기업에 4조4,470억원의 외화대출이 있다.

◇외화유동성에는 문제 없어=신한 측은 "향후 SBJ에서 받은 예금을 들여와 영업을 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외화유동성에 부담을 줄 정도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외화유동성이 풍부하고 19일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3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자산을 부채로 나눈 외화유동성 비율의 경우 금융감독원 규제 비율이 85%인데 신한은 100%가 넘고 중장기외화자금조달 비율도 175%로 당국의 지도기준을 크게 상회한다"며 "외화조달 창구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또 일각에서 일본당국의 상환 요구가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신한이 갚기로 한 상황이고 일본당국도 기왕에 자금상환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외교적이나 법적으로 크게 문제를 삼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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