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부터 서울 시내 초등학교의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즐거운 아이들과 달리 학부모 김진희씨의 마음은 벌써 바빠진다. 김씨는 "주위 엄마들은 학원과 인터넷강의를 등록했다고 난리"라며 "반면 우리 아이는 방학 동안 어떤 공부를 시킬지, 어느 학원에 보낼지, 체험학습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어디서부터 어느 만큼 공부를 시켜야 할지 몰라 불안하다면 우선 내 아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 소장은 "아이와 함께 의논하며 과목별 진도상황과 수준, 부족한 과목과 기말고사 때 제대로 공부가 안 된 부분은 어디였는지 점검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한 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며 "무리하게 여러 학원에 등록하거나 야외활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아이가 금방 지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아이가 하루 중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학원을 다녀오고 남은 시간에서 식사와 휴식·수면시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따져보고 4시간 이상 남지 않는다면 학원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학원 수강은 학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숙제를 끝내놓고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계획 짜기에 앞서 공부하는 시간을 먼저 정하는 것보다 휴식시간을 정해 놓고 공부할 시간을 정해 계획을 짜면 효과적이다. 이번 방학 동안 여행이나 가족 행사, 명절 등 공부할 수 없는 날을 미리 점검해둔다. 그 날짜에는 온종일 자유시간을 주는 것도 아이들에게 다시금 책상 앞에 앉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공부에 방해되는 습관에 대해서는 아이와 먼저 의논하도록 한다. 이 규칙을 정하지 않는다면 안 좋은 습관은 고치지 못한 채 공부도 제대로 집중해서 할 수 없다. 먼저 아이의 습관 중 공부하는 데 가장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습관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컴퓨터 게임과 휴대폰·텔레비전 등 아이를 산만하게 만드는 원인을 고치기 위해 엄마와 아이가 서로 의논해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수준 체크도 반드시 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데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방학 동안 선행학습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의 경우 학년을 거듭하면서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확실한 개념 이해가 된 상태에서 선행학습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해당 학년에 맞는 심화문제를 풀어보고 80% 이상 스스로 풀 수 있다면 선행학습을 시작해도 좋다. 지난 학년에서 배웠던 개념을 충분히 소화한 상태라면 학원의 진도에 맞춰 진행하거나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학습하도록 한다. 이때 주위 친구들의 진도나 수준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지 말고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속도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공부는 매일 규칙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데 초등학교 저학년은 한번에 40분 정도, 고학년은 50~60분 정도로 시간 안배를 해 하루에 한두 과목 정도를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원 수강을 등록한 상태라면 집에서 스스로 지난 학기 심화 내용을 해결한 후 학원 수업을 받는 것이 좋다. 저학년일수록 공부를 즐겁고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공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아이가 문제집만 풀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수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다양한 스토리텔링 수학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만약 새 학기가 시작된 후 학원을 옮길 생각이라면 겨울방학에 미리 적절한 곳으로 옮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시간'보다 '양'으로 계획을 잡아도 좋다. 아이가 도전하기를 즐기는 성향이라면 더 많은 양의 학습을 했을 때 보상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아이가 계획을 충분히 실천한다고 해서 원래 계획했던 시간이나 양을 중간에 늘리는 것은 좋지 않다. 방학 동안의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좋은 학습습관을 형성하고 이를 방학 이후에도 유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습계획표를 세울 때는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나열해보고 이 중에서 꼭 실천해야 하는 일부터 우선순위를 매겨 학습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울 때는 장기간으로 정하지 말고 실천 가능한 단기간의 계획을 자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지만 '작심삼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면 최고의 계획이 될 수 있다. 또한 '수학 공부하기' '책 읽기'와 같은 막연한 계획보다는 하루에 1단원씩 끝내기, 책 100페이지 읽기와 같이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이 실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스터디 플래너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터디 플래너는 하루 일정부터 주간·월간·연간까지 학습 계획을 세우기 위한 가이드라인은 물론 학습 칼럼과 공부법이 수록돼 있어 학생들이 쓰기에 편리하다.
학년에 따라 다른 방학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초등 저학년은 지난 학년과 새로운 학년의 국어책을 큰 소리로 읽거나 받아쓰기, 사칙연산 훈련 등 학습 기초력을 튼튼하게 해주는 공부를 조금씩 매일하는 것이 좋다. 방학 동안 한자를 공부하는 것도 글의 이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초등 3학년이 됐는데도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 공부 장소를 책상이나 식탁 한곳으로 정해주고 이곳에서는 공부 외에 다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옆에서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부모도 곁에서 책을 읽는 등의 모습을 보이도록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에는 독서를 추천한다. 고학년이 되면 공부량이 늘어나면서 독서를 따로 할 시간이 사실 많지 않다. 방학 동안만이라도 학교 필독서나 관심분야의 책을 충분히 읽어 책을 통한 간접경험과 다양한 분야의 배경지식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책을 읽은 후 책 내용과 연계된 체험학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위인전을 읽고 해당 인물과 관련된 지역을 방문하거나 관련 체험학습을 간다면 지식을 온몸으로 습득할 수 있다.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예비 중1에게는 수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단편적인 연산 학습 위주로 이뤄진 초등 수학과 달리 중등 과정부터는 조금 더 심화되고 세분화돼 논리적인 이해력이 필요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라나 신사고피클 강사는 "초등 수학이 자연수나 분수·도형과 같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수학 내용 중심 구성이라면 중학교 과정은 수학적 규칙과 다양한 수 체계를 통해 심화 및 사고력 확장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무조건 선행학습을 하기보다는 초등 과정의 기본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중학 수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수학 과정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중1 수학(상), (하) 교과 과정에는 약수·배수·분수의 계산과 도형의 넓이와 부피 구하기, 합동 등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 다시 등장하므로 5·6학년 때 배운 관련 단원을 반드시 복습해야 한다. 무턱대고 중1 학습 내용만 선행한다면 당장은 이해를 잘한 것 같아도 부실한 기초공사 위에 집을 지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너무 빠른 선행학습은 자칫 중요 개념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적절한 부분까지만 학습하는 것이 좋으며 복습할 때는 주요 개념을 확인하고 문제풀이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이때 개념노트를 활용해 식을 정확하게 전개한 후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수학 외에도 진로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거나 진로 탐색 캠프 등을 통해 확실한 꿈과 목표를 가지는 것도 앞으로의 학업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