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금융을 이해하는데는 전제가 필요하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을 감안해야 하는 것. 자본주의식 금융과는 판이하다.일단 우리의 시중은행에 해당되는 개념의 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금융업무가 중앙은행에 집중된다.
중앙은행 이외 상설 금융기관은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소수에 국한되고 필요할 때마다 금융기관을 수시로 설립·운용한다.
다만 최근에는 외국과 합작(합영)은행 설립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와 협력분야도 일차적으로는 합작은행 설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북한금융제도의 특성 =북한의 금융은 재정과 중앙은행, 상업은행이 한꺼번에 묶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서의 금융이란 국가의 자금계획인 것이다.
자금을 조달하여 지정된 분야에 배분하는 단순 역할을 수행한다.
금리 등 가격변수를 매개로 다양한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는 자본주의식 금융과는 차이가 크다. 금융보다는 재정활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재정도 정부부문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재정까지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금융은 경제를 통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기업의 모든 거래가 은행의 결제창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이 기업의 자금흐름과 실물생산활동을 감시·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업 또는 기관-기업간에는 외상이나 현금거래를 할 수 없고 은행을 통한 무현금 청산결제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청산결제상황을 바탕으로 은행의 기업자금 흐름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다.
기관 및 기업의 여유자금은 전액 은행에 예치토록 되어 있다. 가계의 경우 현금보유는 허용되지만 가구당 일정액을 의무적으로 저축토록 강제받는다.
가계대출은 금지 사항이며 기관 및 기업 대출도 예기치 못한 일시적 자금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자금 공급에 한정된다. 다만 근로자에 대한 임금은 현금으로 지급되며 개인끼리는 현금거래를 할 수 있다.
◇은행의 역할 =사회주의국가의 특성인 단일은행제도(MONOBANK SYSTEM)가 원칙. 예외적으로 몇개의 특수은행이 설립돼 있지만 근간은 단일은행제도다.
한국은행에 해당되는 조선중앙은행의 기능은 다양하다. 중앙은행인 동시에 상업은행이며 광범위한 재정 기능도 갖고 있다.
발권, 현금 유통조절 등 중앙은행 기능은 물론 예대업무, 보험업무 등과 국유재산 관리 등 행정기관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는 것. 정무원 소속으로 평양에 본점을 두고 전국적인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다. 도·직할시에 총지점과 군·구지역에 227개 지점을 운영한다.
조선중앙은행의 업무는 발권업무 및 통화관리 국내기업소간 또는 기업소와 정부간 각종 무현금 결제의 정산 기관·기업소에 대한 기본건설자금 보수자금, 유동자금 공급 및 조절 국가자금 이용에 대한 재정적 통제 기관·기업소들의 고정재산 등록·평가 현금출납·예산출납을 포함한 국고업무와 기타 금고업무 예금 및 대부 국내보험업무 금·은 등 귀금속 수매 관리 등 대내업무와 환율 결정·공표(공정환율) 외환 및 금 매매 내외국인에 대한 통화별계정의 개설 대외차관의 도입과 공여 대외협정체결에 의한 무역결제업무 외국투자은행의 설립인가 등 대외업무로 구분된다.
우리로 치면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기능의 일부가 한데 묶여져 있는 것이다.
◇기타금융기관 =단일은행제이지만 무역과 외환 등 특정 분야를 전담하는 전문은행이 별도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들 무역·외환전문은행은 일본,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은행과 환거래계약을 체결하고 대외결제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외자유치 노력의 일환으로 외국과의 합작으로 설립된 합영은행이 3~4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조총련계 등 해외동포의 자본 유치와 외국과의 합작으로 설립된 합작기업의 대외거래업무를 전담한다.
지난 96년 북한의 조선국제보험회사와 네덜란드 ING그룹이 공동설립한 ING동북아시아은행도 합영은행의 범주에 속한다. 우리 금융기관들이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합작은행 부문이다.
이밖에 우편저금 협동농장신용부 등 저축기관이 일반주민을 상대로 예금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보험은 조선중앙은행이 겸업중. 해상보험과 수출입화물, 재보험 등 손보업무와 대외보험은 따로 설립된 조선국제보험회사에서 담당한다.
이외에도 무기수출 등 특정업무가 늘어날 경우 출납사무를 수행하는 특수목적의 은행도 부정기적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