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데스크 칼럼/7월 20일] 2人3脚 국정운영

구동본(정치부장)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다음달 25일 후반기에 접어든다. 5년 단임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오르막을 숨가쁘게 달려왔다면 이제 내리막 하산을 차분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산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의 마음가짐과 발걸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후반기 국정운영 방식을 전반기와 다르게 가져가지 않으면 안된다. 집권 전반기엔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국정을 힘 있게 펼칠 수 있다. 사회 전반의 개혁 드라이브와 속도감 있는 국정과제 추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엔 권력 누수현상이 예외 없이 찾아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7ㆍ14 한나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여권 권력다툼이 단적인 사례다. 대통령 측근 출신이나 참모들이 나서 알량한 권력이나마 가진 자는 유지하기 위해, 소외된 자는 빼앗기 위해 기를 쓰고 다툰다. 국민생활이 윤택하고 편안하도록 국정을 이끌어달라고 국민이 잠시 맡겨둔 권력의 사유화 논란을 둘러싸고 벌이는 여권 내부의 ‘추악한 암투’가 가관이다. “등에 칼을 꽂았다”, “적과 내통했다”, “비망록을 쓰겠다” 등 표현까지 동원됐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근에 대해 “이씨 집 하인, 박씨 집 종”이란 막말도 등장했다. 정권 초기 한나라당 주류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까지 지낸 뒤 사실상 이를 바탕으로 이번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에 출마, 2위를 기록하며 지도부에 진입한 한 최고위원은 경선결과에 불만을 품고 “비주류의 길을 가겠다”며 몽니를 부린다. 경선 불복이요, 주류측에 대한 배신이다. 한나라당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갈등 속에서 낮에는 친이계, 밤에는 친박계로 활동한 의원들을 꼬집는 ‘주이야박’(晝李夜朴)이란 말도 요즘 새삼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친이계를 자처하며 ‘떡고물’이라도 챙기려 했던 인사들이 이제는 중립지대로 서서히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실용정부다 보니 친이계의 처세도 실용코드에 맞추는 것”이란 비아냥까지 흘러나온다. 정치인들이 권력 풍향에 민감하다고 하지만 도를 넘는 행태다. 이런 상황에선 이 대통령이 아무리 절대권력을 쥐고 있다고 한들 대통령의 리더십이 집권당에서조차 먹혀들 리 만무하다. 그래서인지 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국정기조를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통해 화합형 젊은 정치인들을 중용한데 이어 곧 있을 개각의 키워드로 ‘세대교체’와 함께 ‘소통’, ‘화합’ 등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립과 갈등으로 감정의 골까지 깊게 파여 소원했던 박 전 대표와의 회동도 우회적으로 제안했다. 임기 후반기 연착륙을 위한 첫 단추는 일단 잘 꿰고 있는 평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의도 정치’와 소통을 위한 이 대통령의 진정성이다. 밥 먹고 사진 찍는 형식적인 만남이나 번지르한 말 만으로는 통합과 화합의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 상대를 대할 때 진심 어린 마음만 담는다면 고난도 정치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원내 50석 안팎의 지분을 소유한 박 전 대표, 84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 등 여야 지도자의 실체를 인정하고 합당한 ‘권력 나누기’를 통해 2인3각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집권당 계파화합조차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운명이 뻔한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밀어붙였던 지난 날의 우(愚)를 되풀이 해서도 안된다. 보수 대연합을 통한 인위적인 정계개편 추진이나 4대강 사업 강행 등 무리수를 둬 야당을 자극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176석의 거대 여당 힘만 믿고 독주하는 일방적 국정운영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가능하지도 않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소홀히 한 채 과욕만 부렸다간 갈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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