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경기부양위해 금리 0.5%P 내릴듯유럽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의 위험에 직면하는 등 세계경제 회복의 암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부실기업 문제로, 일본은 만년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 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것.
실제 유럽연합(EU) 집행위는 4일 유로존이 내년 1ㆍ4분기에 마이너스 0.2% 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독일, 유럽 경제의 짐으로 부상=유럽 경제의 최대 복병은 독일의 경제 부진. 그 동안 독일은 유럽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으나 이제는 짐이 되고 있다는 것.
실제 최근 들어 발표되고 있는 각종 지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독일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1월 실업률은 계절적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10%를 기록, 실업자수가 400만명을 넘게 됐다. 더욱이 4ㆍ4분기 경제성장이 거의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상황이 나빠 당분간 실업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독일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기업과 개인의 파산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 신용평가기관인 크레디트레로펌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기업과 개인의 파산 건수는 모두 8만2,4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6%나 급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가 호전되지 않으면 유럽 경제는 계속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3대 경제권역 중 유럽의 전망이 가장 어둡다고 진단했다.
◇ECB, 금리인하 카드 내밀 듯=독일을 비롯한 유럽경제 전체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경기부양을 위한 마지막 수단은 금리인하라는 컨센서스가 각국 정책당국간에 형성되고 있다. 재정적자 한도를 3%로 제한하고 있는 성장안정협약 때문에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문가들은 ECB가 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CB는 그 동안 인플레 우려를 들어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었다.
하지만 금리인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 경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결여 등 개혁 부진이라는 고질병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ECB의 금리인하와 함께 적극적인 개혁정책이 추진돼야만 유럽 경제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