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세대갈등 공존의 길은 있다 <10> 전문가들이 보는 해법은

"세대간 소통 통로 만들고 기득권층은 양보의 미덕 발휘해야"<br>설득으로 세대 공감 끌어낼 합리적 리더십 절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진행된 ''세대갈등, 공존의 길은 있다'' 주제의 좌담회에서 서원석(왼쪽부터)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과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이 대화하고 있다. /권욱기자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서원석 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원종욱 보건사회硏 미래전략실장

●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 △국무조정실 제2차장

80년대 유럽 고용정책 보면 중장년 은퇴 연령 빠르다고


청년 일자리 늘어나진 않아 세대 맞춤형 고용창출 필요

● 서원석 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연세대 행정학 박사 △한국인사행정학회장 △ 한국행정학회 연구 부회장 △한국국정관리학회장

기성세대 중심 사회 체계가 수적 열세 청년층 불만 불러

국회의원 연령비례 할당제나 국가차원 청년위원회 도입을

● 원종욱 보건사회硏 미래전략실장△퍼듀대 경제학 박사 △국민연금실무위원회 위원 △국민연금투자정책전문위원장

베이비부머 현직에 있을때 국민연금 보험료율 올리고

세대별로 수익비율도 공개… 격차 줄이기 함께 고민해야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세대갈등은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한국 경제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느냐,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 하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듯이 세대갈등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세대갈등, 공존의 길은 있다' 시리즈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로 나타나는 세대갈등 현상을 짚어보고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져 독자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에 시리즈의 마지막회는 세대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자리·연금·사회정치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갈등을 조정하고 풀어낼 방안을 찾아봤다. 좌담에는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과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이 참석했다.

△사회=세대갈등이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일자리나 연금 문제에서 첨예하게 부각되는 것 같다. 배경은 무엇인가.

△고용선 고용노동부 차관(이하 고 차관)=일단 일자리 문제의 관점에서만 보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예전만 못하니까 일자리도 옛날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한정되다 보니 세대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유럽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지난 1970~1980년대에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이하 원 실장)=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젊은이들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게 됐기 때문에 세대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유럽만큼 세대갈등이 극심한 편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세대 간의 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의 학비를 내주고 사회에서 젊은이가 어른을 보면 "우리 아버지다"라는 식의 공경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게 세대갈등을 그나마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10~15년이 문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불만을 느끼고 세력화할 수 있다. 그때는 유럽 사회처럼 세대갈등이 첨예해질 수 있다.

△사회=사회정치적 측면에서는 어떤가.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이하 서 센터장)=정치적 측면에서 봤을 때 사회체계 자체가 기성세대에 의해 돌아가기 때문에 세대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저조한 반면 기성세대는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한다. 결국 사회 전체가 기성세대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세대갈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회=6·4지방선거에서 30대의 투표율이 47.5%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낮게 나왔다.

△서 센터장=젊은층이 투표를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보면 전체 인구에서 40대와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이들이 은퇴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의 정책을 지지할 수 있다. 반면 그때가 되면 20대와 30대는 소수다.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 자연히 세대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분야별로 세대갈등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자. 먼저 일자리 문제를 보면 취업이 되지 않는 젊은이들은 중장년층의 은퇴연령이 높아져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불평하고 회사에서 쫓겨난 중장년층은 젊은이들 때문에 실직했다고 불만을 품는다.

△고 차관=노인들이 많아져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불평은 하나의 가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유럽의 경우도 1980년대 청년실업이 증가하니까 노인들을 은퇴시키려고 유도했다.

△사회=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인가.

△고 차관=예를 들면 법으로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면 장애연금 수급기준을 대폭 낮춰 60세보다 일찍 은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많이 늘지 않았다. 실업률이 여전히 10%를 훨씬 넘게 유지됐다. 그때 나온 결론은 노인들을 빨리 은퇴시킨다고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는 여러 나라를 비교해봐도 확인할 수 있다. 노인 고용률이 높은 나라가 젊은이들의 고용률도 높다. 노인들이 일을 오래 해야 그만큼 수요가 창출돼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생긴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일자리가 서로 다퉈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빠른 은퇴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사회=정부도 이 같은 관점에서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는지.


△고 차관=그렇다. 정부는 청년일자리대책을 만들 때 노인들의 일자리를 청년에게 돌리는 방향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만의 일자리 관련 문제를,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대로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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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그런데 외국에서 노인들의 은퇴를 앞당겨도 청년일자리가 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있을 것 같은데.

△고 차관=물론 한국 사회만의 특수성은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호봉제를 운용한다. 초임과 20년 근무한 사람의 임금을 비교해보면 2~3배나 차이가 난다. 일본과 비슷한 체계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나이 든 사람을 쫓아내고 젊은이들을 뽑으려는 경향이 있고 기성세대는 젊은이들한테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느낄 수 있다.

△사회=젊은이들의 눈은 높은데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어서 취업이 안 되는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도 심각하다

△고 차관=일자리 미스매칭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단계에서의 교육이 우리나라 산업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수요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교육기관이 일자리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고용부도 취업과 관련해 대학생들에 대한 알선·상담을 보충하려 한다.

△사회=다른 전문가들은 일자리와 관련된 세대갈등 문제 혹은 세대별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원 실장=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실질은퇴연령에 대한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70세로 가장 길다. 반면 다른 나라는 연금을 받을 나이인 60세나 62세에 실질은퇴연령이 맞춰져 있다. 장년층에게 연금이 없으니까 일을 해서 노후소득을 벌 수밖에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 센터장=일자리와 관련해 세대 간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가까운 예로 친지 가운데 60세에 은퇴한 분이 있는데 아이를 늦게 낳았다. 자녀가 아직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지는 사례를 봤다. 아버지가 은퇴하면 자녀가 취업해 가정이 경제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다. 이런 가정들이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회=이번에는 연금 문제를 살펴보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을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더욱이 국가 재정적자가 불어나면서 연금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원 실장=베이비부머가 현직에 있을 때 하루빨리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베이비부머는 그동안 낸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세대다. 이들이 일할 때 가급적 빨리 돈을 걷어야 받을 돈보다 낼 돈이 더 많은 젊은 세대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

△사회=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가능한가.

△원 실장=현재 국민연금료율은 월소득의 9%다. 여건상 15%까지 올리는 것이 최대치다. 이보다 더 올리면 젊은이들이 가입하지 않는다. 지난해 '제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했는데 이때 보험료율을 못 올렸다. 오는 2018년, 2023년에 재정계산이 예정돼 있다. 이때 각각 3%포인트씩 올리면 가능하다.

△사회=사회정치적 분야에서 세대갈등은 어떠한가.

△서 센터장=현재 20대는 인구도 적은데 정치적인 참여도가 높지 않다. 반면 노년세대는 인구가 많은데다 정치적인 참여도 활발하다. 2012년 대통령선거 투표 참여율을 보면 20대는 65.7%에 불과하지만 60대 이상은 80.9%에 달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년세대가 정치적 리더십을 정치에 반영하면서 이 세대가 생각하는 방향으로만 국가정책이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어 경제적 배분 문제에서 기성세대가 유리한 방향으로만 가게 되면 젊은 세대는 소외를 느끼고 세대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사회=세대갈등을 봉합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서 센터장=사회 전체적으로 기성세대가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이를 고치기 위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여성 국회의원이 적을 때 비례대표로 여성을 많이 참여하게 한 적이 있는데 '국회의원 연령비례 할당제' 같은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다른 해법도 있나.

△서 센터장=국가 차원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민간회사에서 임원들이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바람에 청년위원회를 만들어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도 경영에 반영하는데 국가 차원의 청년위원회도 필요하다. 현재 구색만 맞춘 이런 집단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진지하게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고 차관=기득권 세력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 국가경영 체제가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서로 양보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시장만 놓고 봤을 때도 기득권층이 자기들의 일자리나 높은 임금을 지키기 위해 집착하기보다는 국가 전체의 실업 문제나 청년 문제, 고용 문제 등을 고려해 다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회=해외에 이런 사례가 있나.

△고 차관=과거 북유럽의 경우 노동자들이 참정권을 넓혀나가는 방안으로 사회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다. 그리고 대공황 등을 거치면서 기득권층은 자신의 특권을 양보했다. 결국 다 같이 잘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세대갈등을 해소할 새로운 리더십도 필요하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크게 보면 젊은 사람들하고 나이 든 사람이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닌데 이를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회=연금 문제에서 세대갈등을 줄이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원 실장=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어느 세대가 적게 내고 어느 연령대가 많이 받는지, 누가 많이 내고 적게 받는지 등 수익비율을 공개하고 세대 간 수익비율 차이를 다 같이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재정평가에서 '언제 고갈될 것'이라는 총량만 공개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나 일본은 세대 간 수익비율을 따진다. 어느 세대의 수익이 높은지, 어느 세대가 손해를 보는지를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보험료를 합리화하는 데 국민들을 설득한다.

△서 센터장=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허탈해지고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 게 젊은이들과의 교류를 통한 희망이다. 기성세대에게는 청년의 활력이 필요하고 청년에게는 기성세대의 경험과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 20~30년 쌓은 지식과 경험을 대가 없이 나눠주며 삶의 의욕, 보람, 긍지를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교류로 청년은 제 역할을 하고 기성세대는 청년들로부터 부족한 것을 받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김정곤경제부차장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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