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여의도연구소와 정책위원회의 관계 정립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는 현실적으로 정책위의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일부 소장파 및 비례대표 의원들이 권한집중 등을 이유로 들며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향후 정책적 비전을 제시할 여의도연구소장 자리를 놓고 당내 논란이 가열되면서 일단은 17일 인사위원회에서 이한구 정책위의장 임명안만 심사, 원안대로 의결됐다. 원래는 이 위의장이 여의도연구소장도 겸한다는 게 박 대표의 뜻이었다.
발단은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책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확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고보조금을 받아 90%를 정당 정책위에서 사용했으나 정당법에 따라 30%는 정책연구소에, 10%는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10%는 시도 지부를 위해 사용해야 된다. 정책위가 쓸 수 있는 몫이 그만큼 줄어든 것.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이제는 국고보조금 30%를 정책개발에 사용하도록 정당법이 정하고 있어 정책위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줄어들었다”며 “재정과 인력이 없는 정책위가 무슨 일을 하겠느냐”며 정책위의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의 겸임의사를 고수했다. 박 대표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소 기능과 단기적인 정책 현안을 다룰 정책위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어 “여러 가지를 생각할 때 의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을 한분이 맡아 유기적으로 운영하되 연구소 내 현안 이슈를 다루는 파트를 만들어 정책위를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현실적 대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당의 중장기 정책과 선거전략 수립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정책위의장에게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겸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들은 “여의도연구소는 당의 싱크탱크 기구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위는 상대적으로 단기적 정책을 담당해나가야 한다”며 “한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될 경우 역할 분담은커녕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