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4조1,000억 사상최대<br>부품 효율화·신개념 제품 출시등 공격마케팅 성과… DDR3등 없어서 못팔 정도로 수출 환경도 좋아져<br>실적 사전예고제, 첫회때와 달리 안정화단계 진입
|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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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6일 올 3ㆍ4분기 매출 36조원에 영업이익 4조1,000억원 이라는 최대 실적 잠정치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와 LCD라는 기존 주력 사업이 살아나고 TVㆍ휴대폰 등 새 캐시카우가 계속 힘을 발휘하는 등 2개 부문 4대 주력 분야가 사실상 처음으로 동시에 약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 분야별 실적 전망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업황과 시장전문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반도체ㆍLCDㆍTV(가전)ㆍ휴대폰 등 4대 분야에서 고루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크게 DS(부품, 반도체ㆍLCD)와 DMC(세트, TVㆍ휴대폰) 등 양대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과 세트 중 한 쪽의 손해를 다른 부문이 만회해주는 구조는 장점"이라면서도 "대신 어느 한 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양대 부문이 동시에 좋은 실적을 내기 힘들었다"고 했다.
즉 삼성전자는 LG전자(세트)나 LG디스플레이(부품), 하이닉스반도체(부품) 등 다른 전자업체와 달리 부품과 세트를 동시에 다루는 이례적인 회사여서 보완적 장점이 있는 반면 동시에 성과를 내기는 좀처럼 어려운 한계를 분명 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반도체 2조1,500억원(2004년 2ㆍ4분기), LCD 1조800억원(2008년 1ㆍ4분기), TV(가전) 1조600억원(2009년 2ㆍ4분기), 휴대폰 1조2,800억원(2004년 1ㆍ4분기) 등 4대 분야 영업이익이 따로 1조원을 넘긴 경험은 있지만 동시에 골고루 성과를 낸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4대 분야 실적이 모두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같은 성과가 합쳐져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극복한 비결은 뭘까. 일단 경영 기법상의 변화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분야별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올 초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여러 가지 경영상의 시도를 한 점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4개 총괄을 DS와 DMC로 나눈 뒤 체질개선과 위기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업황이 최악으로 접어들던 반도체와 LCD 등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틀었다.
TV와 휴대폰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적극 채용한 신개념 제품 출시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접근했다.
여기에다 경영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의 경우 '치킨게임'으로 불리는 출혈 경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면서 DDR3 등 일부 프리미엄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고 공격적인 마케팅 속에 LEDㆍLCD TV 등이 약진하면서 LCD도 동반 호황을 맞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반도체와 TV 등에서 삼성전자가 이미 단행했던 각종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을 떠올려보면 결국 우호적인 환경도 행운만은 아닌 삼성 스스로의 창조물인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사전 실적 예상치 공개는 시행 2회째를 맞으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2ㆍ4분기 잠정치 발표 때는 그야말로 충격을 줬다면 이번에는 시장 전망치와도 상대적으로 근접한 수치여서 사전 예고제가 안정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특히 범위가 아닌 평균값 단일 수치를 제시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가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