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發 '2차 금융위기' 현실화] "올 중반까지 페그제 포기 불가피"
통화 방어 한계…현실화땐 은행·기업들 줄도산
이상훈 기자 shlee@sed.co.kr
라트비아는 늦어도 올 중반이면 유로화 고정환율제(페그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유로화 표시 대출을 받은 숱한 기업과 은행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여 라트비아 경제의 붕괴는 물론 인근 유럽 등 글로벌 경제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윈 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발트3국 가운데 펀더멘털이 가장 취약한 라트비아가 올 중반까지 페그제를 버릴 수 있으며 이는 자국 통화인 라트화 가치가 유로화 대비 50% 하락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라트비아의 자국 통화 떠받치기는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채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30%인 450억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은 환율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으로 최근 6개월 새 27% 줄어 44억달러에 불과하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신용시장이 얼어붙어 라트비아의 조건으로는 해외 자금조성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위기가 길어질수록 페그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라트비아 정부는 그간 환율을 유로당 0.7028라트로 묶어놓고 상하로 1% 이상 환율이 변동하는 것을 막아왔다. 라트비아보다 경제력이 훨씬 강한 러시아의 루블화가 올 들어 달러화 대비 15%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라트화가 얼마나 고평가됐는지 드러난다.
문제는 페그제를 버릴 경우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점.
라트비아 전체 대출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해 라트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기업들의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라트비아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환율 방어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올 경제성장률이 -12%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토퍼 로젠버그 국제통화기금 연구원은 “라트비아의 금융 시스템 등 경제여건은 페그제 붕괴 이후를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며 “수출 확대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하지만 글로벌 경제여건상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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