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석룡산 조무락 계곡한여름 이른 아침 산이 깊다. 그윽한 숲 속 산새들이 재잘댄다. 계곡 물소리도 조무락(재잘)거린다. 계곡과 숲에 취해 1시간쯤 걸었을까. "콰르릉~ 쏴~" 등뒤에 숨어있던 (복호등)폭포가 더위를 식혀준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 석룡산의 조무락계곡이다. '조무락'은 (새가) 재잘댄다'는 뜻의 이 지역 방언이다. 한자로는 '鳥舞樂', 풀이하자면 '새가 춤추듯 즐거운 모습'이다.
계곡을 품고 있는 석룡산(1,153m)은 경기 북쪽 명산 중의 명산이다. 사람의 발길이 적어 자연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는 이 산은 산악인들 사이에는 '경기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계곡 산행 중 줄지어 선 각종 야생화, 물길 곳곳에 숨어 있는 담·소·폭포들…. '조무락'의 비경을 만났다.
조묵락 계곡 산행은 위도 38도선에 위치한 38교와 이어져 있는 동쪽 길에서 시작된다. 38교 아래 가평천은 피서철을 맞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자연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는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찾은 만큼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웬일인가. 계곡을 따라 30분 가량 오르도록 기대했던 지연의 신비를 커녕, 오가는 차량에 길을 비켜 주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계곡 양편에 줄지어 선 방갈로에서 고기 굽고, 화투를 즐기는 모습은 흔하디 흔한 유원지의 모습 그 자체였다.
"사람이 무섭긴 무섭구나"라는 생각에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차도가 끊기도 좁은 산길이 열리면서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드디어 '자연의 세계'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니 수많은 폭포수와 함께 저마다 이름이 독특한 조각넘이골, 독바위, 윗방골, 사태밭골, 흐릿든지 등의 계곡의 비경이 이어진다. 이중 으뜸은 단연 복호등폭포이다.
산행기점에서 1시간 거리의 복호등폭포는 석룡산 정상으로 향하는 주산행로를 따라가는 조무락 계곡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지류에 숨어있다. 발검을을 재촉하다보면 놓치기 십상이다.
숲이 울창한 가운데 조무락계곡은 바깥보다 기온이 2~3도 가량 낮은데, 폭포 앞 기온은 이보다도 2~3도는 더 시원하다.
폭포는 높이 30m 폭 5m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수량이 풍부한데다 기세가 우람하다. 산행 길을 반겨주는 갖가지 야생화들도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석룡산에는 홀애비바람꽃 숲개별꽃 복수초 얼레지 은난초 금강초롱 바위추 등 야생 꽃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요즘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는 송이풀참배암차즈기 바위떡풀 참비비추 눈괴불주머니 등이다.
가평=글·사진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