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부산시교육감의 모호한 자세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최근 불구속됐다. 임 교육감은 사립유치원장들에게 180만원어치의 옷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옷 로비'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임 교육감은 전국 민선 교육감 사상 최초의 여성 교육감이다. 가장 보수적 집단인 교육계에 여성 수장이 당선된 것을 두고 당시 교육계는 물론 전시민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옷 로비 사건으로 시민들은 또 한번 놀랐다. 청렴을 최우선시했던 임교육감이 뇌물수수라는 떳떳하지 못한 일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임 교육감은 평생을 공교육 현장에 바쳤고 학생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심성을 가진 분으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 같은 따뜻한 분위기와 친서민적 이미지로 교육 현장에서 인기도 높았다. 그런 분이 로비의 대상이 됐다고 하니, 학부모들과 시민들이 느끼는 실망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임 교육감은 경찰 조사를 받고 난 지난 21일 부산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임 교육감은 사과문에서 "부산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리를 저지른 교육공무원을 엄벌하겠다고 취임 초기부터 약속한 제가 이런 행동을 했으니 어떻게 얼굴을 들고 학생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겠는가"라며 반성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으니 됐다. 그 다음 이어진 말은 그런 점에서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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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삶을 살며 두 번 다시 실망시키지 않는 부산시교육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계속 부산시교육감으로 남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임혜경 교육감 원스트라이크 아웃 촉구 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교육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임 교육감이 옷 한 벌 탓에 평생 쌓은 청렴한 이미지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부산시교육감으로 계속 남아 교육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임 교육감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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