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6월 10일] 국세청장의 칼끝은

국세청의 ‘숨은 세원 발굴 프로젝트’가 우리 사회를 ‘조용하게’ 흔들고 있다. 유리 지갑인 봉급생활자들은 잘 못 느끼겠지만 자영업자부터 전문직, 기업 오너까지 핵심 타깃인 고소득 상위층은 좌불안석이다. 변호사 사회는 가히 초상집이다. 전문직 고소득자의 탈세를 막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시행한 현금영수증 의무화 제도(30만원 이상)로 그동안 숨겨왔던 소득이 노출될 가능성이 농후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어길 경우 엄청난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되는데다 신고자에게는 건당 3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탓에 눈물을 머금고 실소득을 신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상 업종인 의사ㆍ한의사ㆍ회계사는 물론 학원ㆍ부동산중개업소ㆍ예식장ㆍ장례식장 등도 뒤숭숭하고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다. 최근 국제공조하에 처음으로 스위스 비밀계좌를 조사해 수천억원대의 해외 탈루를 적발한 것도 음성 세원 양성화의 일환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스위스 비자금의 실체가 공개되면서 상당수의 기업체 사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국세청의 ‘소득ㆍ지출 분석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소득을 적게 신고하고 해외여행 등으로 씀씀이가 커 탈루혐의가 높은 사업자들이 레이더망에 포착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 같은 국세청의 전방위적 과세 양성화 노력은 탈루율 감소와 더불어 세원 증대라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변호사 등 전문직종과 의료업, 현금수입 업종의 탈루율은 30%를 넘어선다. 직장인이나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지만 갈수록 감소세이고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국세청의 전망이다. 특히 현금영수증 발행을 의무화한 뒤 4월 한달간 해당업종의 현금영수증 발행액이 전년 동기보다 5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확보된 추가 세수만 3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이런 추세면 조 단위의 추가 세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국세청이 숨은 세원의 마지막 단계 격인 사채 등 지하경제까지 터치한다면 세수는 기대 이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적자(2009년 43조2,000억원)를 줄이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 취임 후 숨은 세원 양성화에 전력투구했던 백용호 국세청장의 칼끝이 어디까지 겨냥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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