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교ㆍ안보정책 조율 ‘이상무’

최근 일부 언론이 외교·안보정책의 불협화음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강·온파가 대립해 있고 청와대와 해당 부처가 딴 목소리를 내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신문은 “조율기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시각까지 보였다. 특히 일부 신문은 이러한 혼선이 남북관계에 대한 대통령 발언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마디로 이같은 지적은 외교·안보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억측이다. 다른 무엇보다 외교부·국방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간의 갈등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NSC는 대통령이 의장이고 국가안보보좌관과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통일·외교·안보 총괄 조정기구이다. 따라서 외교·통일부와 NSC간의 입장 차이로 대통령 발언에 혼선을 야기했다는 지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외교안보부처와 NSC간에 갈등이 심각하다는 식의 보도는 NSC의 기능과 역할을 오해한 것이다.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결코 특정 인사나 기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 없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와 차관보급 `국가안보실무조정회의`를 매주 1회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통일·외교·안보 현안을 심도 있게 검토·논의·조율하고 있다. 실무조정회의의 경우 정책실무자들간에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외교·안보 현안은 NSC 상임위의 판단과 의견조율을 거치고 있다. 물론 외교·안보정책의 특성상 개별 사안에 대한 정책담당자들간의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NSC 상임위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사전조율되고 있다. 가령 한·미동맹과 남북관계의 경우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정책관계자들간에 확고히 공유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외교노선도 일관되게 이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는 당국자의 발언 한 마디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데다, 남북관계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담당자들의 발언은 상당 부분 전략적 고민의 결과물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일관되게 강조하되 상황에 따라 `압박` 카드를 꺼내는 등 국익을 고려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역할 분담`도 해야 한다. 이러한 외교·안보 분야의 특성은 도외시하고 `똑같은 목소리`만을 강조하는 것도 옳지 않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접근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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