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은 남았지만 최선을 다해 잘 싸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 축구국가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경기장에서 열린 2014 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러시아에 1대1로 비겼다. 선제골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우리보다 38계단이 높은 강팀을 맞아 홍 감독과 대표팀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결과다.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직전 다섯 번의 평가전에서 네 번을 지면서 부진이 우려됐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결함으로 지적되던 수비에서도 모범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교체투입된 이근호(상무 소속) 선수도 천금 같은 선제골을 만들어 4년 전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씻어냈다.
태극전사들이 강적 러시아를 맞아 싸우는 같은 시간, 우리 사회는 모처럼 하나가 됐다. 이른 새벽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각지에 모인 국민들은 경기 내내 기쁨과 승리의 함성, 아쉬움의 탄식을 함께했다. 출근 시간이어서 골을 넣는 순간에는 지하철이 들썩거릴 정도로 환호가 터졌다. 태극전사들의 선전이 세월호 참사 후 국민 모두가 외상후증후군을 앓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 일체감과 행복감을 선사한 셈이다. "좋은 경기를 보여줬기에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는 홍 감독의 말처럼 국민들은 이날 경기를 통해 그동안 움츠린 어깨를 다시 한번 펼 수 있게 됐다.
우리 대표팀에게 아직 기회는 살아 있다. 23일 새벽 상대할 알제리는 러시아보다 약하다지만 우리보다 강한 팀이다. 벨기에전에서 보여준 수비나 공격 수준도 확실히 한 수 위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 스포츠의 결과가 항상 의외성 높은 드라마를 보여주는 이유다. 러시아전에서처럼 우리 대표팀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국민 모두에게 승리의 행복감을 선사해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