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로공단 「태림모피」(화제의 기업)

◎장애인·외국인 활용 “인력난 모르죠”/전직원 현장투입 일체감속 올 매출 50% 급신장/공정별 책임제 효과… 「기분표시 명찰달기」 아이디어도최근들어 불황의 파고가 거세지면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인력난은 물론 생산성도 갈수록 떨어진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러나 갖가지 자구책을 동원해 생산효율을 높이면서 이같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한 중소기업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기업은 서울 구로공단의 태림모피(대표 이종범). 이 회사는 장애인과 재소자, 외국인근로자들을 산업인력으로 활용하고 갖가지 독특한 수단을 동원한 생산성 향상운동으로 불황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요즘들어 유행하고 있는 「생산성 10% 올리기 운동」을 진작부터 도입해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태림모피는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의 활용방안도 남다르다. 이 회사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활용키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이를위한 전단계로 이달초 7명의 베트남 근로자를 채용했다. 이들을 숙련된 모피기술자로 육성해 베트남에 공장이 설립되면 현지인들을 직접 가르칠 수 있는 지도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종범 사장은 『베트남인들의 기술습득 속도가 빠르고 업무에 적극적인 편』이라면서 『국내 근로자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어 작업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태림모피는 일찍부터 장애인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면서 인력 확보라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은 20여명. 과거 인력 스카우트로 고심하던 이사장이 그 타개책으로 장애인을 채용한 것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장애인들마저 다른 회사로 스카웃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이사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극심한 인력난 해결을 위해 태림모피는 최근 재소자를 종업원으로 활용하는 색다른 대처방안을 찾아 나섰다. 청주 여자교도소의 협조를 받아 교도소 구내에 생산설비를 설치, 80명의 모범재소자를 선발해 직접 제품을 만들고 있다. 80여평 규모의 공장에는 본사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가르치고 품질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태림모피의 1백50명 종업원들은 생산직과 사무직의 구분이 따로 없다. 매일 아침이면 1시간동안 전직원들이 어김없이 현장에 투입돼 직접 제품을 만드는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다. 누구든지 기술을 배우고 직원들 사이의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태림모피는 아울러 작업공정마다 담당자의 이름을 명기해 책임감을 불어넣는 바스켓 태그(Basket Tag)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제품 판매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 즉시 컴퓨터를 통해 생산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손실을 줄이고 생산성을 올리는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밖에 태림모피의 직원들은 가슴에 부착한 명찰에 색색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그날그날 직원의 기분에 따라 교통 신호등처럼 파랑, 노랑, 빨강 등 세가지 색상을 붙여놓아 남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사장은 기분이 가장 나쁜 상태를 나타내는 빨간색을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고 한다. 직원들이 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결재를 피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태림모피는 올해같은 불황국면에서도 50%수준의 높은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김포 및 부산공항의 면세점에서도 태림의 모피제품이 가장 많이 팔릴 정도로 국내외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사장은 지금도 잠잘때엔 머리맡에 항상 녹음기를 놓아둔다. 그때그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잊어버리지 않고 바로 기록해 놓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경영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저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다 방법이 있기 마련』이라는게 바로 이사장이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애기다.<정상범>

관련기사



정상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