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03년 도시근로자 가계수지동향`은 경기 침체속에서 사교육비에 쪼들리는 서민들의 곤궁한 실생활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소득 증가율이 낮은데다 물가까지 뛰어 실제소득 증가는 더욱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사교육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의 8배에 달하는 등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교육문제가 서민경제를 갈수록 어렵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실질소득증가율 4년만에 최저(1.6%)=2000년 7.4%, 2001년 10.1%, 2002년 6.4%씩 늘어나던 소득이 지난해에는 5.3%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지난 99년 4.3%를 기록한지 4년만에 최저수준의 증가율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9%에 그쳐 가계에 돌아가는 과실의 몫도 적어진 탓이다. 실제 상황은 이보다 훨씬 나쁘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소득 증가율은 1.6%. 2000년 4.9%, 2001년 5.6% 수준은 물론 3.6%라는 증가율을 기록했던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99년 3.5%를 기록한 이후 4년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에 해당된다.
◇지출은 오히려 늘어=소득이 크게 줄어들었는데도 지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지출은 228만원.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소득 증가율 5.3%를 웃도는 것은 물론 전년도의 증가율 3.8%보다 훨씬 높다. 같은 돈을 벌어도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의미다. 소비자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소비지출은 더욱 늘어났다. 지난해 무려 7.2%나 증가해 실직소득 증가율 1.6%의 4배를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실은 더욱 심화=소득 수준보다 지출이 크게 많아졌다는 점은 가계부실도 정도가 심화했다는 뜻이다.소비지출 증가율이 6.0%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4.5%를 웃돌아 평균소비성향이 전년보다 1.0%포인트 높아진 74.6%에 달했다. 가난해진 집의 씀씀이가 이전보다 헤퍼진 셈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흑자율도 25.4%로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전체적인 소득불평등 현상은 중간층 소득의 상대적 증가로 다소 완화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작년 0.306으로 전년의 0.312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의 5.22배로 전년의 5.18배에 비해 높아졌다. 특히 하위 20%계층의 소득은 109만3,000원으로 2.3%에 증가하는데 그쳐 전계층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5분위중 중간 계층인 2~4분위의 소득점유율은 각각 13.2%와 17.4%, 23.2% 등으로 점유율이 상승, 중간계층을 중심으로 소득재분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가구주 학력별 소득은 대학원졸업이 484만1,000원으로 무학자 199만1,000원의 2.4배를 기록했다. 초등학교졸업은 201만3,000원, 중학교졸업은 227만9,000원, 고등학교졸업은 268만3,000원, 대학졸업은 366만2,000원 등이었다.
◇사교육비 증가 40%나 증가=지난 2003년중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22만500원. 전년보다 11.1% 증가했다. 보충교육비 항목으로 표시되는 사교육비는 이 가운데 12만5,700원으로 57%를 점하고 있다. 전년대비 증가율이 무려 40.8%에 달한다. 이 같은 사교육비 증가율은 소득증가의 7.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실질소득 증가율 1.2%와 비교하면 무려 34배에 이른다. 사교육비 망국론을 반영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보건의료비가 9만원으로 14.4%, 교통통신비는 33만9,000원으로 9.3%, 식료품비는 51만5,000원으로 7.0%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하며 가계의 지출부담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