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노총 2차파업 무산] "생계무관" 조합원 외면

지도부역량 강화 초점에 집행부중심 총회로 그쳐민주노총의 제2차 시기집중 연대파업이 노동계는 물론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갈 지자(之)' 걸음에 무력감까지 보이고 있다. 이번 연대파업이 금속ㆍ조선 등 이른바 '강성노조'를 등에 업고 시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6월 파업보다 힘을 얻지 못한 것은 근로자들의 생계와 직접 관계가 없는데다 일부 집행부의 정치적 역량강화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파업을 하루 앞둔 4일 오후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민주노총을 와해하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정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번 파업에는 금속산업ㆍ화학섬유연맹을 중심으로 80여개 사업장 10만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총이 칼을 빼기도 전에 현대자동차ㆍ한진중공업 노조는 불참을 선언, 연대파업 분위기를 끌어가는데 찬물을 끼얹었다. 5일에는 기아자동차ㆍ한국중공업ㆍ오리온전기ㆍ대우정밀 등이 파업에 참여했으나 기아자동차 외에는 대부분 집행부 중심의 총회로 이뤄졌고 6일부터 정상근무를 결정, 우려했던 노동계의 하투(夏鬪)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민주노총은 "이날 금속연맹 산하 44개 사업장을 비롯, 화학섬유연맹 12개 사업장이 파업에 참가하는 등 80여 곳에서 8만여명이나 참가한 것은 정부의 노동탄압에 대한 노동자들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평가와 달리 대규모 사업장 가운데 한 곳도 전면파업을 이끌어내지 못함으로써 총파업의 규모나 강도가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의지를 과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노동계의 중론이다. 지난달 1차 연대파업 때와 달리 사업장별 쟁의조정 신청 등의 준비가 부족했던 점도 강도를 약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 외 대부분의 사업장이 조정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행정지도가 내려진 상황에서 단위노조 집행부가 '불법'을 무릅쓰고 파업까지 이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불법, 폭력행위에 대한 엄단의지를 강조하고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에 대해 사법처리 수순을 밟은 것도 단위노조의 참여의지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A대학 경제학과 K교수는 "이번 총파업은 노동자를 위한 것인지 일부 지도부의 정치적 역량강화를 위한 것인지 쟁점이 모호했다"면서 "노동자의 복지향상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파업은 결코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고 말했다. B대학 경영학과 L교수도 "지난 6월 파업도 양대 항공사노조의 변수 외에는 산별노조는 집행부 중심의 캠페인성 시위에 그치지 않았느냐"면서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노조도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으로 노정관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노총은 지도부 검거령 해제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일정대로 오는 22일 10만 조합원 상경투쟁 등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하면서 농성 중인 명동성당을 거점으로 사회단체와 연계한 장기적인 투쟁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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