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면담보다 봉투를 좋아한다` `우리 선생님은 질문하면 열받는다` `우리 선생님은 혼자 있을 때 독서보다 혼자라도 화투패를 돌린다` `사람들은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 선생님은 늙어서 주책이라고 생각한다`
“촌지 킬러 불량 티처의 고군분투 오지 탈출기”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워 28일 개봉하는 `선생 김봉두`(제작 좋은 영화)의 주인공 선생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적당히 비열하고 반성도 할 줄 알고 때로는 애들 사이에 섞여 마냥 즐거워할 줄도 아는 천방지축이고 대책없는 교사다.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로 데뷔했던 장규성감독이 “영화 제목을 `선생 김봉투`로 하기 너무 직설적이라 `선생 김봉두`라 했다”고 말했듯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에는 별 뜻이 없고 돈 봉투만 좋아하는 문제 선생이 결국 학부형들의 투서로 인해 강원도 오지 분교로 강제 추방되면서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과 어떻게 해서라도 서울로 다시 가려는 고군분투를 그린 코미디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등으로 이미 코미디 연기만큼은 `기본은 한다`는 충무로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차승원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여기에 오지마을 다섯 학생들을 연기한 아역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도 보기 좋다. 그러나 차승원이 주는 웃음과 코믹한 캐릭터에 의존하고 있어 스토리는 밋밋하고 종반 개과천선 오지마을 희생정신이 가득한 선생으로 거듭 난다는 결말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봉두(차승원)는 교육에는 별 뜻이 없고 돈 봉투만좋아하는 문제 선생. 화이트 보드에 표를 작성하며 봉투를 챙기는 세심함과 학부모의 반응이 둔하면 운동장 `뺑뺑이`를 돌리는 잔인함을 동시에 갖추며 오직 촌지 거둬들이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고 욕심이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 어느날 `지나치게많이 해먹은` 사실이 발각돼자 김봉두는 강원도 오지의 시골 분교로 자원을 해야하는 처지에 처하게 된다.
꾸불꾸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 도착한 시골 학교. 전교생은 다섯명뿐이고 핸드폰도 터지지 않으며 좋아하는 외제담배도 팔지 않은 오지에서 앞으로 생활할게 김선생은 막막하기만 하다.
순박한 만큼 개구쟁이인 아이들은 축구를 같이 하자고 바지자락을 붙잡으며 방과후에도 집에 돌아갈 줄 모르고 선물이라고 들어오는 것들은 배추나 과일 같은 소박한 것들뿐. 게다가 깐깐한 동네 노인은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졸라대기까지 한다.
달력에 X표시를 하고 혼자 고스톱을 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김봉두에게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전교생을 서울로 전학시켜 학교를 폐교시키는 것. 그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시작하고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특기를 살려주기위해 특별 과외까지 실시한다. 여기에 학교를 폐교시켜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들겠다는 사업가까지 등장하며 폐교를 향한 그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2년전 실제로 적은 학생수때문에 폐교됐던 강원도 영월의 연포분교에서 많지 않은 순제작비 20억2천만원을 들여 촬영됐다. 12세 관람가.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