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등록금 마련에 피눈물 쏟는데…

A대학 골프장 37건에 노래방 21건, B대학은 단란주점 4건에 노래방 5건, C대학은 노래방 19건. 국민권익위원회가 6일 전국 54개 국공립 대학들의 지난해 기성회비 사용내역을 조사해 내놓은 결과다. 이 같은 유흥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정부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도입한 클린카드 제도를 무시한 채 학교 법인카드로 골프장∙노래방∙단란주점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번 권익위 조사를 통해 드러난 국공립 대학들의 천태만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 국립대 총장은 신임 교수를 대상으로 근무시간에 50분간 두 차례 강의를 하고 강의료 100만원을 별도의 수당으로 챙겼다. 또 다른 대학 사무국장은 근무 중 대학 직원을 대상으로 12시간 교육을 실시하고 강의료 240만원을 받아 먹었다. 등록금을 활용한 이들만의 잔치는 끝이 없다. D대 총장은 퇴임시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전별금 774만원을 챙겼다. 이외에도 해외연수비, 직원식사비, 생일선물비, 각종 격려금 및 포상금, 명절선물비, 부처접대비 등 등록금이 이들만의 잔치에 활용된 내역은 끝이 없다. 국공립 대학들이 이처럼 쌈짓돈 쓰듯 등록금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기성회비 덕분이다. 기성회비 제도는 당시 부족한 정부 예산을 보충해 대학운영이나 교육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난 1963년 도입됐다. 즉 근대화 초기 당시 가난한 정부를 대신해 자신들의 아들∙딸을 가르치기 위해 부모들이 직접 피땀 흘려 낸 돈이 바로 기성회비다. 이후 기성회비의 강제징수 논란 등으로 사립대는 1999년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했고 현재는 국공립대만 기성회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성회비가 사실상 법령 근거 없이 방만하게 집행되면서 온갖 유흥∙접대∙향응 잔치에 학생들의 등록금이 사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사립대보다 각종 규제∙감시 수단이 훨씬 다양한 국공립대의 등록금 사용내역이 이 지경이다. 사립대는 오죽 하겠나. 매년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호프집∙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파는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를 '대학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묵살하는 대학들이 이런 부도덕을 저지르다니 분노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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