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근혜 과잉충성은 毒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0ㆍ26 재보궐 선거유세 기간 동안 엄청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서울 소공동의 지하상가와 신촌 길거리, 충주의 어느 재래시장과 함양의 한 순댓국밥집에서 다양한 국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속내를 들었다. 이번 유세지원은 한나라당 후보를 위한 일인 동시에 박 전 대표가 보통사람과 접촉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여권의 유력 대표주자라는 점 때문일까. 일부 기업이나 관료들의 과잉충성이 박 전 대표와 국민 사이에 벽을 만들고는 했다. 박 전 대표는 27일 아시아나 항공사의 항공편을 이용해 광주와 서울을 오갔다. 오고 간 기종에는 모두 비즈니스 좌석이 있었다. 박 전 대표는 광주에 갈 때는 비즈니즈석을, 서울로 올 때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그런데 평소 아시아나사는 국내선에 비즈니스석이 있는 기종을 편성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박 전 대표가 지난 20일 충주를 방문했을 때는 약 50여명의 경찰들이 과잉 경호를 벌이다가 함께 온 국회의원까지 몸으로 막아 눈총을 샀다. 한 할머니는 경찰들에 밀려 넘어지기까지 했다. 박 전 대표가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려 했던 16일 서울 종로 경찰서 방문 때도 과잉충성은 이어졌다. 한 경찰관이 박 전 대표가 먹을 점심급식을 받아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박 전 대표는 일반 경찰관들과 떨어져 간부급 인사들과 먹도록 자리가 분리돼 있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가 일반 경찰관들과 함께 먹게 해달라고 해도 "윗선의 지시로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유세현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위험한 경우가 많다. 중진 국회의원이자 대권주자를 예우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유세에 나선 이유는 한 명이라도 더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런 소통의 통로까지 막아서는 '충정'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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