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 5년만에 방문… 무역규모 1,000억달러로 확대키로 합의 160억弗 대규모 경제협력 체결, "FTA교섭 조속 개시" 제안도
히말라야 국경을 사이에 둔 불편한 이웃으로 공존해 왔던 중국이 인도에 손을 내밀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6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함께 오는 2015년까지 양국의 무역 규모를 현재 6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인도가 연간 200억달러에 달하는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을 감안, 인도산 제품의 중국 수출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지난 15일 16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또 한번 초대형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양국의 경협 규모는 지난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 방문 당시 발표했던 10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원 총리는 지난 15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 대규모 경협ㆍ무역 규모 확대 등을 통해 인도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국경의 영토분쟁 등으로 냉랭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 총리가 인도를 공식 방문한 것은 지난 2006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문 이래 처음이다.
원 총리는 15일 인도 방문 첫 일정인 ‘비즈니스협력서밋’에서 “양국은 경쟁 상대가 아닌 파트너”라며 “세계에는 중국과 인도가 공존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간 교역 확대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조속히 개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의 화해 제스처에 인도도 일단은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에 따르면 이날 뉴델리의 총리 관저에서 원 총리와 만찬을 가진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상호 신뢰 속에서 양국이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가자”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히말라야 산맥 부근의 국경 분쟁과 중국의 파키스탄 지원 등 외교적 난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양국이 본격적으로 손을 맞잡기까지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무역 장벽을 거두고 양국간 정치적 긴장감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FTA 교섭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