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실버산업에도 로봇돌풍 예고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조금 떨어져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양로 시설 '선세르 고우리엔'.북적이는 대도시 오사카와 달리 노인들이 조용히 일과를 보내는 이 곳은 그러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첨단 기술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곳은 다름아닌 세계 최초의 하이테크 양로 시설이다. 일본의 대형 가전업체인 마쓰시타전기가 운영하는 선세르 고우리엔은 고령자들의 건강 관리에 인터넷과 CD 카드를 이용하는 등 노인들의 시설 생활 전반에 디지털 정보기술(IT)을 도입, 빠르게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세계 각국에 미래의 IT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각 침실의 한 구석에 놓여있는 조그마한 곰 인형. 일명 '테디'로 불리우는 이 곰 인형은 사실은 시설에 입주한 고령자들을 모니터하는 임무를 맡은 로봇이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해당 입주자들에게 질문을 던져 응답을 녹취함으로써 입주자의 행동 양식이나 급작스런 동태 변화를 살필 수 있도록 한 것. 로봇이 인식한 상황은 네트워크망을 통해 시설 직원들에게 전해지게 돼 있다. 귀여운 곰 인형 모습이기 때문에 노인들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달래주는 한편, 평균 연령 82세인 입주자들의 신체적인 돌발 상황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이 테디 로봇이다. 일본 뿐 아니라 고령화가 진전되는 선진 각국의 업체들이 큰 관심을 갖고 개발을 서두르는 분야 중 하나가 양로 및 간호 산업과 로봇 산업의 접목이다. 보다 효율적으로 노인들을 돌보면서 외로움 등 노인들의 정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센세르 고우리엔의 테디와 같은 로봇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로봇 산업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진전돼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200만명. 앞으로 3년 후인 2005년에는 인구의 25%에 달하는 3,0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노인에 대한 양로ㆍ간호 산업은 다른 어느 분야 못지않게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실버 관련산업의 시장 규모가 현재 39조엔에서 155조엔으로 부풀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실정이다. 당연히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로봇 산업도 늘어나는 고령층을 주요 타깃으로 노리고 있다. 실제 소니의 애완용 강아지 로봇인 '아이보(AIBO)'를 비롯해 일본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로봇 구매자의 대부분은 50~60세의 비교적 높은 연령층. 노년의 적적함을 달래주는 한편 실제 애완동물을 돌보는 번거로운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이들 연령층의 경제력에 뒷받침돼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10년에는 의료ㆍ보건 관련분야가 로봇산업 매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간병인과 간호사에서 말동무, 애완동물 노릇에 이르기까지 미래 노인들의 생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게 될 로봇산업. 하지만 차가운 금속 장치에서 새어 나오는 기계적인 음성에 노인들이 얼마나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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