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기구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전성은)는 12일 직업교육 혁신 방안을 내놓으면서 `비전 2020, 모든 사람을 위한 직업교육'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직업교육이 지금은 특정인, 특정계층을 위한 교육이고 `이류교육'으로 인식되고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개인이 전생애를 통해 받아야 할 재교육 및 계속교육으로만들어 `일과 학습, 삶'을 하나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입단계(2005~2010년)에서는 실업고나 전문대 등 직업교육 기관에 정부부처와 지자체, 직종별 직능단체 등 산업수요와 연관된 기관이 직접 참여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
또 확산단계(2010~2015년)에서는 학제개편과 연계해 직능지향 학교 도입에 착수하고 정부, 지자체, 경제단체 직업교육 참여를 제도화하며 근로자ㆍ성인 재교육ㆍ계속교육 기관으로 전문대ㆍ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된다.
정착단계(2015~2020년)는 모든 학생을 위한 직업교육이 실현되고 수업연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직능지향 특성화학교 제도가 도입되며 학교→산업체→학교의 열린 직업교육이 정착된다는 게 혁신위의 청사진이다.
그러나 학벌주의 극복 등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개선안은 또 하나의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도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직업교육의 현실 = 실업고의 경우 소질ㆍ적성보다 성적이 낮은 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주로 진학하다 보니 교육 질 저하, 높은 중도 탈락률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2004년 중도탈락률은 일반고가 0.9%인 반면 실업고는 3.3%에 달했다.
실업고 입학생도 1997년 33만6천명에서 지난해 17만3천명으로 절반으로 줄어든반면 전문대 미충원 인원은 1998년 7천명에서 지난해 5만2천명으로 급격히 증가하는등 직업교육기관 기피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실업고ㆍ전문대 졸업자에 대한 산업체 불만족 및 막대한 재교육 비용, 4년제 대학 졸업자보다 훨씬 낮은 보수, 수급 불균형에 따른 구직난ㆍ구인난 동시 발생 등도우리 직업교육의 고질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 학력의 전반적인 상승과 고등교육 보편화,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지식기반 산업 비중 증가, 단순기능ㆍ노무직이 아닌 전문기능ㆍ기술직 인력 수요 증가, 고용형태 변화 및 외국인 노동자의 저숙련 노동시장 대체, 경제난 여파에 따른 대졸자하향 취업과 고졸자 일자리 감소 등도 구조화되고 있다.
직업교육체제도 학교→산업체→학교간 이행이 원활하지 못한 채 단절돼 있고 학생ㆍ산업체ㆍ지역사회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원 전문성이 직업세계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
아울러 중등 및 고등단계 직업교육과 직업교육 및 직업훈련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있고 직업ㆍ진로지도 부실, 정부투자 미흡, 산업체ㆍ지지체 관심 저조 등도 총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개선안 주요 내용 = 일과 학습, 삶이 하나가 되고 `학교에서 일터로, 일터에서 다시 학교로' 원활하게 이행되도록 함으로써 평생에 걸쳐 직업능력이 개발되도록한다는 게 개선안의 주요 골자다.
따라서 대량 기능인력 양성 체제에서 벗어나 교육과정 다양화, 수업연한 유연화를 통해 소량 특성화인력 양성 체제로 체질을 개선하고 교육부 중심에서 지자체, 산업체, 다른 부처가 적극 나서는 쪽으로 운영주체를 다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정규 학생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근로자ㆍ성인 재교육을 위한 장ㆍ단기직업훈련 기능을 강화하고 개방적 운영을 통해 직업교육과 경영난에 처한 직업교육기관이 함께 살아나도록 한다는 것.
도시원예, 도예, 관광, 게임, 조리, 기계전자, 로봇, 인터넷,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지자체와 산업체ㆍ직능단체, 각 정부부처가 책임을 지고 육성하는 명문 특성화고가 2010년 200개로 늘어난다.
이들 기관과 협약을 맺는 학교는 자율학교로 지정돼 학교 운영의 자율성도 크게강화된다.
일반 실업고는 학생들의 기초적인 직업능력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두게 되며 학교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기술ㆍ기능 습득은 직업훈련기관에 위탁해 학교수업으로 인정하게 된다.
82단위 이상인 최저 이수단위를 완화하고 취업, 진학,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이 선택하게 하는 `코스제 교육과정'이 도입되며 과정 이수의 종합고는 교과 이수의 통합고로, 지역내 산업 수요가 없는 실업고는 일반고로 각각 전환된다.
전문대ㆍ대학은 2010년까지 연간 10만명의 근로자ㆍ성인 직업교육을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와 지역 산업체 지원을 유도하며 이를 위해 전문대 설폐 인가나 정원 배정, 학사관리 등의 업무를 장기적으로 지자체에 아예 넘겨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실업고나 전문대를 졸업한 뒤 3~5년간 산업체에 근무하면 전문대ㆍ대학에 쉽게진학할 수 있게 제도화하고 실업고생 동일계 특별전형을 권장하며 지역 단위로 실업고-전문대ㆍ대학-산업체가 참여해 협약학과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망과 과제 = 혁신위는 개선안이 가동되면 소질ㆍ적성에 따른 다양한 진로교육의 길이 열리고 특정 학생을 위한 직업교육이 모든 국민을 위한 직업ㆍ진로교육으로, 숙련기능 습득 위주 교육이 고용가능성 향상 교육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또 직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기피 현상도 해소되고 전문대ㆍ대학도 정규학생 뿐 아니라 성인ㆍ근로자를 위한 계속교육 및 재교육 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내다봤다.
그러나 이 방안이 성공하려면 학벌ㆍ학력보다 개인 실제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인식과 채용 문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직업교육 혁신방안과 겉돌고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실업고의 대학 진학률이 이미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 특성화고, 통합고,협약학교 등이 모두 교원 임용, 교육과정 편성, 학생선발 등이 자유로운 자율학교로지정돼 운영되면 또 하나의 `대학입시기관' 유형이 생기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