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공기업 바로 서려면

우리나라는 지난 62년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하에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전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공기업이 기여한 바는 실로 지대하다 하겠다. 전기ㆍ통신ㆍ광업ㆍ중화학공업ㆍ철강 등 기간산업의 발전을 선도했고 주택 및 토지의 개발이나 농촌 개발에 있어서도 톡톡히 그 몫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인가 공기업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논의의 초점이 되기 시작했는데 문제의 핵심은 효율성과 투명성이 민간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의 구축이 구조 개혁의 중요한 목표로 부각되면서 공기업의 민영화와 경영 혁신이 추진 과제로 각광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정부는 비상임이사제도의 도입, 감사의 위상 강화 등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왔고 최근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배구조에 대한 일대 혁신을 도모했다. 그러나 과연 공기업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혁신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사장과 감사 등의 임명 절차 개선, 경영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외적 시스템의 변화만으로는 공기업의 건전경영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공기업의 경영 건전성과 투명성은 공기업 내부의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특히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불법 행위와 부당 행위를 억제하려면 내부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감사가 문제의 사후 적발과 회계 비리의 척결에 치중됐다면 오늘날에는 사고의 사전 예방과 경영 개선 방안 지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까지 그 영역과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새로운 감사 기능의 세계적 추세이다. 지난해 기획예산처 발표에 따르면 자체감사를 할 경우 잘 드러나지 않는 사항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종종 드러난다고 한다. 이 말은 공기업 내 감사 인력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기 식구 감싸기에만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이 발표한 공기업에 대한 감사 내용을 보면 왜 공기업을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고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정부 투자기관 감사직무규정에 의하면 감사는 정부 투자기관의 의결기관 및 집행기관과 독립해 업무와 회계를 감사하고 그 의견을 이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가 이와 같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 이다. 왜 그럴까. 잘 알려졌다시피 공기업 감사는 정치인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이 떨어진다. 또한 경영진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채워지다 보니 견제 역할을 담당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공기업의 내부감사가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이다. 내부감사의 부실성은 감사원의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모든 정부기관 및 정부 투자기관의 감사가 모두 감사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감사원도 전지전능한 기관이 아니다. 한정된 인력으로 공공 부문 전체를 면밀히 감시하고 비리를 적발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기업의 내부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아나가야 한다. 이러한 기본방향에서 감사원이 공기업 감사의 기능 수행을 지도ㆍ감독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다. 감사원은 자체감사기구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감사에 대해서는 교체권고권(감사원법 제30조2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공기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어렵다면 정부는 공기업 내부감사 기능의 정상화에 보다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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