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정부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서열 관행을 깨뜨린 ‘직위 공모제’를 실시해 관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무원 사회에 강하게 구축된 행시 기수 위주의 서열중시 풍토를 파괴하는 ‘김근태식 파격 인사’가 장관 취임 2개월만에 돛을 올린 것이다.
특히 이번 인사엔 공정심사를 위해 내부위원과 동일한 자격이 주어지는 동수(同數)의 외부위원이 참여키로 해 사상 초유의 파격인사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또한 첫 시도다.
복지부는 12일 부처내 5개 과장에 대해 직위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직제변경으로 신설되는 사회복지총괄과장, 의약품정책과장, 식품정책과장과 공석 또는 공석예정인 암관리과장, 구강정책과장 등이다.
공모 신청 자격은 복지부 본부와 소속기관 등의 3급(서기관)~4급(부이사관) 공무원 110명이 해당된다. 특히 의약품정책과장의 경우 외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들도 공모할 수 있도록 허용해 복지부와 식약청간 업무 협조체제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희망자는 업무추진계획 등을 담은 직무수행계획서를 15일까지 제출한 뒤 면접을 보고, 18일 최종결과가 발표된다.
복지부 혁신인사 담당자는 “이번 직위 공모제는 정부 부처 중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라며 “기수 파괴에 대해 내부 반발이 심했지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을 발탁하고 대우해야 한다는 게 김 장관의 인사철학”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3명의 외부인이 같은 수의 내부인(차관 1명, 실장 2명)과 함께 심사에 참여하게 돼 파격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전문가와 보건복지전문가, 인력스카우트업체(헤드헌터) 등 외부심사위원은 내부심사위원화 동등한 심사자격을 부여받고 직무능력 등 4개분야에 객관화된 점수제를 통해 심사한다. 인사 담당자는 “외부인이 공무원을 뽑는 일 또한 부처 첫 사례”라며 “외부인은 그동안의 단순 자문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부인과 마찬가지의 책임있는 1표를 행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례없는 획기적인 인사는 기존 질서에 익숙해 있던 관가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복지부의 모 과장은 “김 장관의 ‘인사 실험’이 복지부 전체 구도를 뒤흔들 것”이라며 “앞으로는 선ㆍ후배 모두 경쟁상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치열한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사회ㆍ문화 팀장역을 맡게 될 김 장관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번 파격 인사가 다른 부처로 파급될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인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4급(서기관), 5급(사무관)까지도 직위 공모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