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 확대 등을 통해 투기대응능력을 강화함에 따라 환(換)투기 세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환투기에 대한 규제를 속속 강화한 데다 외환보유액도 크게 늘어 환투기 세력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는 추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싱가포르 지사의 외환전략가인 사이먼 플린트는 “중앙은행의 환율방어 능력, 막대한 외환보유고 등이 아시아 역내 통화에 대한 투기적 공세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지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2조2,000억 달러로 2003년말에 비해 16%나 늘어났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는 외환보유액이 8,000억 달러에 불과했다.
또 중앙은행들은 각종 규제조치로 무장하면서 투기세력에 대한 대응능력을 크게 높였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국내외 시장간 외환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트화를 절상시키려는 투기세력의 시도를 막았다.
일본은 엔화 절상을 막기 위해 지난해 20조엔(1,810억달러)을 엔화매입자금으로 쏟아 부었고, 2005년 3월까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140조엔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올해도 투기세력은 필리핀 페소를 노려 3차례나 공세를 취했으나 페소화 가치 하락은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로요 대통령이 금융위기를 경고했고, 재무장관이 경질되는 소동을 겪었지만 필리핀 중앙은행은 어렵지않게 페소화 하락을 막아냈다.
이에 따라 투기세력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이탈해 원유매수에 나서거나 터키 리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에 몰려들고 있다. 씨티그룹 전략가인 클리프 탠은 “올해는 투기세력이 큰 좌절을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