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임단협이 가른 울산 경기… 동구 울고 북구 웃고

동구, 현대重 적자·파업 탓 식당가 단체손님 크게 줄어

북구, 현대차 임금인상으로 지역상권에 돈 풀리며 활기

지난 8일 오후 7시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횟집. 아무리 월요일이라고 하지만 연말에도 불구하고 단체 손님을 한 테이블도 받지 못했다. 이 가게는 지난 금요일에도 두 테이블의 단체 손님을 받았게 전부로 연말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같은 날 울산 북구 명촌동의 식당가는 연말 회식으로 월요일부터 손님들이 넘쳐났다. 인접해 있는 울산 동구와 북구의 식당 사정을 가른 건 단골 손님들의 회사 사정이 올해 극과 극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이 올해 3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파업까지 겹치면서 지역 상가가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횟집 주인 서모(50)씨는 "올해 초 세월호 참사로 손님이 끊기기 시작했는데, 현대중공업의 적자 발표가 시작되면서 더 힘들어졌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업까지 벌어져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서씨는 월세 130만원을 내기도 벅차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주 고객인 동구 전하동과 동부·서부동을 비롯해 일반 주민들이 많이 찾는 일산동까지 동구 지역 고깃집과 횟집 대부분이 비슷한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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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대중공업이 매주 발행하는 사내 소식지인 '현중NEWS'는 연말 향우회나 동호회, 동문회 등의 단체모임 소식을 매년 싣고 있는데 지난 11월25일자와 12월2일자에는 총 18개(중복 제외)의 모임알림이 게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3개)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자동차가 있는 북구는 명촌동을 중심으로 각 식당마다 단체손님들로 북적이고, 단체예약도 줄을 잇고 있다. 이곳의 한 노래방 업주는 "오후조(오후 3시30분 출근) 손님들은 새벽까지 있다 가는데 대리기사가 없어 방에서 30분 이상 기다리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말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근로자 1인당 2,700만원 이상의 임금인상 효과를 봤다. 이 돈이 연말까지 계속 풀리면서 인근 상권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정으로 북구와 비교해 경기가 크게 어려워진 동구 지역 단체들은 파업 자제를 호소하고 나서기도 했다. 울산시니어포럼과 동울산청년회의소는 최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중공업 노사분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기업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협력회사는 물론 소상공인, 영세상인, 그 가족들까지도 위기를 함께 해야 하는 만큼 걱정"이라고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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