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는 왜 대통령을 쏠 수 밖에 없었나”

200년 美역사의 어두운면 들춰낸 뮤지컬 ‘암살자들’<br>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서 31일까지


“나는 그를 선택했는데, 그는 나한테 오줌을 갈겼어. 그가 내게 해 준 것이 뭐야. 내 불행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해.” 20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을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 만들어 낸 대통령들을 저격한 암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링컨을 암살했던(1865) 존 윌크스 부스부터 케네디를 암살한(1963) 리 하비 오스왈드까지 연대기순으로 9명의 암살자들이 왜 대통령을 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부스는 미국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인 링컨을 ‘전 국토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60만명의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인 독재자’로 단정짓고 그에게 총을 겨눈다. 변호사이자 작가인 찰리 귀토는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위해 1881년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을 저격하는 등 저마다의 이유를 댄다. 형장이 이슬로 사라진 암살자들의 망령은 다시 살아나 인생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려는 오스왈드에게 “자살하면 누가 널 기억해 줄 것 같아. 카이사르를 암살한 부루투스를 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잖아.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네 머리에 겨눈 총을 케네디에게 조준해야 돼.”라며 유혹한다. 한자리에 모인 암살자들은 분명 실패한 인생들이다. 다니던 직장에서는 해고되고 거듭되는 이혼으로 가정은 파탄에 이르는 막다른 길에 서 있다. 또 하나같이 정서불안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혀있다. 모두들 패배감에 시달리며 모든 사람들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기회의 땅 미국에서 우리도 꿈과 사랑을 키워갈 권리가 있다”고 절규하며 주위의 사랑을 갈구한다. 이들의 불만에 메아리는 없었고 세상에 대한 한탄과 절망은 깊어 간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대통령 저격이다. 미국 뮤지컬계의 전설로 불리는 스티브 손드하임의 뮤지컬 ‘암살자들’(Assassins)은 세계 최고 국가라는 자부심에 가득 찬 미국의 밝은 면을 찬양하는 대신 영웅을 죽인 암살자를 통해 사회의 그늘을 들춰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번역돼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은 돈과 명예가 성공의 키워드가 돼버린 사회에서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불만이 또 다른 사회의 악이 됨을 경고한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7월 9일부터 31일까지. (02)556-8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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