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로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첫째 정치권 외압설과 관료 출신 내정설이 나돌았으나 2000년 민영화 이후 이어진 내부승진과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됐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두번째는 기술총괄사장(CTO)을 지낼 만큼 국내 최고의 철강기술 인력인 권 내정자가 포스코의 기술경쟁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 내정자 앞에 놓인 난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경영여건이 좋지 않다. 5년 전 7조원을 웃돌았던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3조여원으로 쪼그라든 반면 채무는 18조원에서 37조원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경제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신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결과다. 계열사가 5년 동안 36개에서 70여개로 두 배 증가할 만큼 방만한 경영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내외 영업환경도 좋지 않다. 안에서는 현대제철의 등장으로 독점구조가 깨지고 바깥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조선경기가 다소 살아나는 듯하지만 수요는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포스코 내부의 화합과 개혁도 난제다. 이전에도 포스코 내부의 이공계 출신이 회장직을 맡았지만 제철소장 경력을 거친 전임자들과 달리 권 내정자가 순수 연구인력이라는 점은 발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기술경쟁 시대를 이끌기에는 누구보다 적임이지만 경영능력이 거의 없어 거대한 포스코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연구인력으로 입사했기에 권 내정자를 포스코 순혈(純血)로 볼 수 없다는 일부의 시각도 조직 장악과 운영에 걸림돌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포항제철 신화'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권 내정자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이지만 일제수탈의 대가인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건설된 국민적 기업이기에 권 내정자에게는 포스코의 중흥을 이끌 시대적 소명이 있다. 권 내정자의 소망대로 포스코가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