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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즈 레터] 청부(靑富)를 향하여

“수익률이 각각 연 10%와 15%인 금융상품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바보’ 취급을 당할 것입니다. 누구라도 15%짜리 금융상품을 선택할 테니까요. 하지만 투자 주체가 우리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달라진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나는 15%짜리를 선택하더라도 너는 10%짜리를 골라야 한다”는 삐뚤어진 이기주의가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부(富), 특히 다른 사람이 일군 부(富)에 대해서는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위기를 짙게 풍겼습니다. 불법적인 농지 매입, 부동산 투기 등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깨끗하지 못한 부(富)’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거룩합니다. 당연히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富) 자체를 혐오하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자기부정’입니다. 누구나 부(富)를 쌓기 위해 노력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의 재테크 코너에 큰 관심을 쏟는 것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재산을 모으려는 욕구 때문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잣대가 다르다는 데서 비롯됩니다. 자신이 모은 돈은 ‘땀’과 ‘눈물’의 결실이라고 믿으면서 다른 사람이 모은 돈은 ‘탈법’과 ‘사기’의 합작품이라고 여깁니다. 금융권에서는 같은 조건이라면 세금우대 상품을 권합니다. 그래야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 PB를 비롯한 재테크 전문가들의 역할입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비과세 상품에 대한 투자조차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몰아붙이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합법적인 수단으로 재산을 늘렸다면 존중과 칭찬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깨끗하지 못한 부(富)는 물론 청부(淸富)마저 혐오하는 ‘인식의 착종(錯綜)’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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