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극 '뜨거운 여름']첫사랑에 가슴 뛰던 그날을 기억하나요


다람쥐 쳇바퀴 같이 하루하루를 평범하고 미지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뜨거웠던 여름은 언제였을까. 꿈과 사랑, 열정으로 가득 찼던 시절도 있지만 나이가 들고 일상에 쫓기다 보면 꿈, 열정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뜨거웠던 시절에 대한 향수는 식었던 가슴을 다시 뛰게 하고, 그 시절의 꿈은 우리가 힘들 때 꿋꿋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마지막 작품인 연극 ‘뜨거운 여름’ 은 일상에 지쳐 잊고 지냈던 우리들의 뜨거웠던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연극은 공연을 앞두고 첫사랑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배우 ‘재희’가 과거 자신이 품었던 꿈과 열정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학창시절 꿈을 꾸게 해 준 첫사랑의 흔적과 열정의 고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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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게임과 글쓰기만을 좋아했던 재희는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말썽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지낸다. 그러다 우연히 게임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대상을 타고 그 일을 계기로 주변에서 인정받는 존재가 된다. 그때 소리 없이 찾아온 첫사랑 채경은 재희에게 설레임을 넘어선 ‘무엇’ 이상의 존재였다. 하지만 채경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재희는 아픈 상처를 간직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재희는 배우가 됐고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 오르기 전 가슴에 담아두었던 첫사랑 채경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지나간 유행가와 향수를 자극하는 다양한 소재들은 관객들을 추억의 아련함으로 인도한다. 재희에게 추억이 있는 노래와 춤이 있듯이, 우리의 뜨거운 여름은 어떤 노래와 춤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보냈는지 자연스럽게 우리를 기억 저편으로 안내한다.

연극에서 어느 순간은 실제 ‘춤’으로 나타나지만, 다음 순간은 과거를 아름답게 회상하는 ‘움직임’으로 변하고, 때로는 너무 아팠던 순간을 극화한 ‘극 무용’이 되는 등 혼란스러웠던 ‘재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꿈이 다양한 표현들로 다채롭게 그렸다. 또 만화적인 기법과 곳곳에 숨은 유머는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재희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주변 시선이나 벌이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꿈을 꾸었던 학창시절이 있었고, 내 꿈을 알아주고 같은 고민을 하며 서로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풋풋하고 가슴 뛰는 첫사랑이 있었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뜨거운 사랑이 있었다. 재희는 재희만의 추억과 사랑이 있는 주인공이면서, 그 안에 우리 얘기를 담을 수 있는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우리 각자에게 뜨거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연극 자체의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상처 많았던 시절의 소중한 추억과 사랑까지도 보듬어 준다. 12월 28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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