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분양시장 신탁 바람 거세다

건설사 자금조달 어려움 겪자 자금까지 책임 위탁분양 급증

부도 때도 소비자 피해 적어 위험관리 상대적으로 어려운

오피스텔·호텔 등으로 영역 넓혀


부동산 시장에 신탁회사 바람이 거세다. 시행사나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부동산경기 침체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탁사들이 이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나가는 추세다. 신탁사들은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는 물론 사업 위험관리가 어려운 오피스텔과 분양형 호텔, 아파트형 공장 등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엄진영 피알페퍼 팀장은 "자금력이 튼튼한 회사라도 신탁사에 사업 관리를 맡기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최근 분양한 아파트나 오피스텔 사업에 신탁사가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신탁사 분양물량 급증…경영실적도 개선=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탁사들이 시행사를 대신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호텔 등 부동산 분양 사업을 맡아 진행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신탁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상반기에 분양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은 총 10개 단지, 5,133가구(호텔 311실 포함)에 달한다. 이는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공급물량인 7,412가구의 70%선에 달하는 것이다.


한국자산신탁도 지난해 상반기 대구와 제주, 충남 아산 등 3곳에서 분양 사업을 진행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제주, 경남 진주, 충북 진천, 서울, 충남 천안 등 5개 사업을 맡아 분양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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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위탁업무가 늘면서 신탁사들의 경영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토지신탁·코람코자산신탁·KB부동산신탁·한국자산신탁·대한토지신탁 등 국내 5대 부동산 신탁사의 수수료 수익은 총 2,151억원으로 전년(1,894억원)보다 256억원(1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도 1,242억원에서 1,358억원으로 9% 이상 증가했다.

한 신탁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신탁사에 사업을 맡기는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쩍 늘었다"며 "적어도 단순 관리업무를 맡는 관리형 신탁은 웬만한 사업장에서는 적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금조달, 소비자 보호 장점=신탁사들의 분양이 증가한 것은 경기침체로 시행사·건설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탁사가 시공사나 시행사의 자금을 받아 분양 사업을 진행하고 관리하는 관리형 신탁보다 직접 자금을 조달해 시행사 역할을 하는 차입형 신탁이 급증한 것은 그 반증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매출 비중은 지난 2011년 32.4%에서 지난해 49.5%로 신탁사 매출액의 절반에 육박했다.

신탁사가 맡는 사업이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반 시행사나 시공사가 분양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날 경우 금융기관에서 채권을 회수하는 등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지만 신탁사에 사업을 맡겨 일단 신탁등기가 되면 금융권의 압류가 불가능해지고 시공사 교체 등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창수 한국토지신탁 기획팀 차장은 "시행사가 무너져도 대한주택보증이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아파트에 비해 오피스텔과 호텔은 안전장치가 없어 신탁을 많이 맡긴다"며 "최근에는 금융권에서 시행사나 시공사에 직접 신탁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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