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선진7개국(G7) 성명이 외환시장에 메가톤급 태풍을 몰고 온 가운데 원화강세의 골이 얼마나 깊어질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 될 지를 가늠하느라 시장은 잔뜩 움추리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G7 성명이 전해지자 올 연말 환율전망을 최저 1,100원선까지 낮춰 잡았고 수출에 미칠 충격으로 인해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성장률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가 비싸지면 수입물가는 떨어져 물가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 등을 통한 경기부양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어쨌든 원화가치가 급등한 22일 서울 외환시장의 최대 관심은 과연 외환당국이 어느 정도나 환율을 방어해 낼 지에 쏠렸다. 이날 개장 직후 정부는 즉각 구두개입과 함께 일부 국책은행 등을 통해 달러를 사들였다. 그러나 시장안팎에서 일본 엔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투기세력마저 가세할 경우 앞으로 정부가 가동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연말 1,100원까지 떨어질 수도 =삼성증권은 이날 당장 연말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 전망을 종전 1,180원에서 1,100원으로 낮추면서 경제성장률 전망도 기존 3.2%에서 2.8%로 조정했다. 현대증권도 올해말 환율을 1,170원에서 1,150원으로, 내년도 환율을 1,150원에서 1,100원으로 각각 낮춰 전망했다. 이주호 HSBC은행 이사는 연말 1,120원까지, 신승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1,14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얼마나 떨어질지, 아니면 오를지는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환율이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지 예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 전망을 어느 정도 낮출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환율방어 쉽지 않을 듯=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달러 수급 여건상으로 환율이 크게 하락할 이유가 없으며 정부는 시장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지속적인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시장개입 의지를 밝혔다. 외환당국도 1,150원선에서 상당규모의 달러를 사들이는 등 그 아래로 환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막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시아국 통화에 대한 미ㆍ유럽 선진국들의 공세가 이어질 경우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방어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씨티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 외환당국은 `달러당 115엔=달러당 1,170원`이라는 등식에 맞춰 엔화와 연동하는 수준에서 환율을 방어해왔다”며 “이 선이 무너진 만큼 명분있는 방어선을 찾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개입 재원이 거의 바닥났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정부는 지난 5월 중순 이후 수십억 달러를 시장에서 사들여 원화절상속도를 낮춰왔다. 올해 9조원으로 예정된 외평채 발행한도 가운데 남은 것은 2조7,000억원. 이 정도로는 달러매도가 쏟아지거나 투기적인 세력이 가세하면 열흘도 버티기 어렵다. `메인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초전`에서 실탄을 다 소비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를 늘려 찍어서라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원화가치의 움직임이 반대 방향이기 때문에 환율하락은 어느 정도 제어될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경제회복 신호가 강해진 일본이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최악의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원화절상 압력의 강도가 다소 약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성화용기자,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