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안정책,실기는 금물/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시론)

최근 금융전반에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3대축인 외환시장, 자금시장 및 증권시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번 정부의 금융시장 종합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환율 및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가는 연일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어도 금융위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금융자율화 및 개방화가 진전되면 금융기관간, 국내외 금융시장간의 연계성이 높아지고 환율, 금리, 주가 등 가격변수들이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움직인다. 이러한 금융메커니즘 속에서 기업부도 및 금융기관 부실화라는 충격은 금융시장에 빠르게 전파되고 환율, 금리, 주가 등의 가격변수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국민경제는 순식간에 위기상황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예컨대 외환, 자금, 증권시장 가운데 어느 한 시장이 먼저 붕괴되면 나머지 시장으로 급속히 파급되어 금융시장 전체가 붕괴될 것이고, 이는 국가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은 금융부문보다는 실물부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한보, 대농, 삼미, 기아 등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에 있다. 이는 바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집단부실화를 초래하여 금융불안의 시발점을 제공하였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출부진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에 있다. 수출부진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들의 자금이 부족하면 기업부도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상승, 주가하락 등의 압력을 받게 된다. 또한 외환시장에서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원화환율이 평가절하 압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불안을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실물부문에서 수출증대, 경기회복 및 경상수지개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중장기적으로 정책당국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적정성장을 유지하고 수출경쟁력을 회복시켜 경상수지를 개선하며 고비용·저효율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엇보다도 금융시장의 3대축을 동시에 안정시킬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외환시장 측면에서는 정책당국이 환율안정화의 확고한 의지를 국내외 금융기관 및 투자가들에 인식시켜 원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을 사전에 차단시켜야 한다. 97년 상반기 실질실효환율이 1백·2로 현재 원화의 환율수준이 거의 균형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화가 향후 크게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투자가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형성된다면 국내외 투자자들에 의한 투기적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환율안정을 위한 과감한 시장 개입도 필요한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보증, 국책은행의 외화차입 확대, 자본거래자유화 확대 등의 조치를 실시하여 외화자금의 유동성 부족으로 환율이 급상승하지 않도록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가 축소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원화환율이 고평가되지 않도록 평가절하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자금시장의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신용부재 현상을 극복하는 일이다. 한국은행에서 통화공급을 충분히 한다 하더라도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기업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금융기관에 고여 있다면 금리는 하향 안정화될 수가 없다. 돈이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 구석구석까지 흘러들어가야 금리가 하락하고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금융기관이 기업들에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신용위험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 재정지원을 통한 신용보증기관들의 보증업무를 신용도가 열악한 중소기업에까지 확대하거나 극단적 조치로 정부 자체가 신용위험을 떠 안을 수도 있다. 셋째, 증권시장의 측면에서는 당장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단기적 부양책이 별로 없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책당국은 우선 증권시장의 투자분위기를 시급히 안정시켜야 한다. 현재 증시 자체내에 증권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존재한다고는 생각되지 않고 외환시장이나 자금시장의 불안요인이 증권시장까지 파급되어 주가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따라서 외환 및 자금시장의 안정화를 통해 증권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최적의 시기를 놓치면 정책의 효과는 반감되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또한 금융시장 간에 충격의 파급속도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빨라졌기 때문에 금융불안의 조짐이 나타났을 때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 실기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처해야 금융시장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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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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