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월 29일] 기부금과 재벌총수의 겸손

기부와 봉사활동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계절이 따로 있으랴마는 우리의 겨울은 특별히 자선시즌이라 할 만하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하고 대표적 성금모금 기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12월1일부터 다음해 1월31일까지를 희망나눔 캠페인 기간으로 정해 대대적 모금활동을 벌이며 기업ㆍ공공기관 등의 기부와 자원봉사활동이 집중되는 시기이니 말이다. 유례없는 경제위기 여파로 온정의 손길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올해도 나눔과 봉사의 열기는 뜨거웠다. 소외계층을 찾아 돌보는 자원봉사 행렬이 길게 이어졌고 성금도 늘었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목표액을 초과했고 공동모금회에 기탁된 돈도 27일 현재 1,979억원에 달해 이달 말까지 목표액 2,085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난에도 소액기부 증가 올해는 특히 ARS 전화기부 등 보통 사람들의 소액기부가 늘었다. 살기가 더 팍팍해졌지만 그럴수록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려는 기부천사들이 더 많아진 것이다. 소액기부 증가는 기부문화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웃돕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기업의 몫이다. 올해도 삼성 200억원, 현대차ㆍLGㆍ SKㆍ포스코 각각 100억원 비롯, 여러 그룹이 수십억원ㆍ수억원을 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수만명의 전계열사 임직원을 총동원해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는 그룹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성금뿐 아니라 자원봉사 활동에서도 기업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이런 활동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이미지 개선 효과도 크다. 그러나 대기업의 기부소식을 접할 때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기업 명의의 기부는 활발하지만 총수 개인 명의의 기부는 드물다는 점이다. 기업이 해마다 맡기는 성금에는 오너 개인의 돈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기업이 기업 이름으로 낸다. 미국의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이 자신의 개인재산으로 기부를 하고 그 사실을 공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우리 기업의 기부는 회사 돈으로 총수가 생색내는 것 같고 이 때문에 감동이 덜한 게 사실이다. 총수 개인명의의 기부를 꺼리는 것은 액수가 부담스러워서일까. 일반인의 기대치는 높은데 그에 못 미치는 돈을 냈다가 오히려 욕만 먹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그게 이유라면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 창립 10주년을 맞아 공개한 개인 고액기부자에는 최신원 SKC 회장이 들어 있다. 대기업인으로는 유일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3년 1,000만원, 2005년 9,000만원, 2007년 4,100만원 등 지난해까지 6년간 3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한 해 평균 5,300만여원이다. 그의 재력을 볼 때 결코 많은 액수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기자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쩨쩨하다’는 반응보다 ‘개인 돈을 기부하는 총수도 있군. 다시 봐야겠네’라는 호평이 훨씬 많다. 총수 개인명의 기부 늘었으면 액수 때문이 아니라 자선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해야 한다는 겸손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에 기부만큼 효과가 있는 것도 드물다. 기업인의 이미지 개선은 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기업과 기업인이 국민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으면 더 신바람 나서 뛸 것이고 그러면 경제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총수들이 앞으로 기부에 관한 한 덜 겸손했으면 한다. 더 많이 벌어 더 많이 기부하고 이를 공개하자. 연예인의 기부사실이 공개됐을 때 기부자들이 크게 늘었듯 총수들의 기부는 우리사회의 기부문화 확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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